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07>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화룡첨정이라는 고사성어는 양(梁)나라의 장승요(張僧繇)라는 화가가 안락사(安樂寺)에 눈동자 없는 용을 그렸는데 눈동자를 그리면 용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사람들이 믿지 않자 용의 눈동자를 그려 넣었더니 용이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마무리를 말합니다. 화룡첨정을 못했다는 말은 가장 중요한 마무리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1. 눈이 없는 용
용을 그릴 때 눈, 머리, 몸통 중 어떤 것을 먼저 그릴까요? 제한된 면적에 그려야 하니 전체적인 모양을 데셍(Dessin)하고 해당 부분의 세부적인 것을 그려 나가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의 처리 순서가 그러합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마무리되지 않은 일은 그 이름을 얻지 못합니다. 준공검사를 받지 못한 집은 집이라고 하지 않고 집 짓는 중이라고 하며 물을 퍼내거나 밀어 올릴 수 있어야 펌프라고 하고 배수가 돼야 하수구라고 합니다. 벽에 그림으로 잠들어 있는 용은 용이 아니고 이빨 빠진 호랑이는 더 이상 호랑이가 아니며 결정적인 내용이 없으면 이름을 얻지 못합니다. 여의주를 가진 눈먼 용과 여의주 없는 눈 뜬 용은 모두 용이 아닙니다. 관리업무를 하면서 사소해 보이는 마무리를 못해 지청구를 듣는 경우를 봅니다. 주택관리사나 전기기사, 건축사, 회계사 등 국가자격증 시험은 우수한 사람을 합격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 이상의 공부를 했는지를 가리는 최소한의 기준이어서 대부분 60점을 합격선으로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겨우 용의 모양만 갖추는 것이지요.
2. 언제 용의 눈을 그려 넣어야 하는가
용은 여의주를 얻어도 비를 만나지 못하면 승천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사건이 생겨서 승천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맹자는 인화(人和)와 지리(地利), 천시(天市) 중 첫째는 하늘이 허용한 때인 천시로서 아무리 좋은 사람과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어도 천시를 만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때는 만났는데 같이 일 할 사람과 능력을 발휘할 일터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차라리 때를 얻지 못한 것이 낫다라고 할 만큼 그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3. 관리의 화룡첨정
삼국지의 조조와 제갈량을 보면 조조는 충분히 토론을 시키고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말이 나오면 ‘경의 말이 내 뜻과 같소’라고 해 토론 중에 나온 여러 경우의 문제를 공유하게 합니다. 제갈량은 ‘누구는 이리이리 하고 누구는 저리저리 하라’고 지시를 합니다. 그러니 전체 문제를 공유하지 못하고 자기에게 맡겨진 일만 합니다. 문제는 제갈량은 계속 이기다가도 단 한 번의 패배로 끝나고 조조는 전투에서는 여러 번 패배해도 결국 전쟁에서는 이깁니다. 관리업무는 장기전입니다. 매일 밥을 먹듯이 해야 합니다. 매 끼니마다 똑같은 것을 먹지 않는 것처럼 관리의 레시피를 개발해야 합니다. 일상적인 것 같아도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도록 연구하고 안전하며 비용이 덜 드는 관리기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관리업무의 화룡첨정은 소장이 하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 중 직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문제점을 짚어내고 정리를 해줘야 합니다. 자격증 시험 60점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상대할 대상이 바뀌었습니다. 종전에는 동대표들만 설득하면 됐으나 이제는 공무원들과도 논리경쟁을 해야 하며 검사는 공소장으로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듯이 관리사무소장은 서류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업무의 끝에 감사가 있습니다. 관리의 화룡첨정은 감사를 받아도 지적사항이 없을 때 완성됩니다. 왜 모든 서류를 5년간 보관하라고 하는가요? 감사할 때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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