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아파트가 일반화되기 전, 방을 나서면 바로 흙을 밟던 시절엔 대부분의 집에서 동물을 키웠다. 특히 개의 충성심은 으뜸이다. 주인뿐 아니라 이웃 사람의 용모와 체취까지 기억할 정도로 영민해 동네에 이방인이 나타나면 바로 알아보고 경계태세에 돌입한다. 마을 초입의 개 한 마리가 짖으면 그 뒤를 따라 모든 동네 개들이 짖어대 외부인은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가 없다. 심한 장난을 쳐도 웬만해선 화를 내는 법이 없다. 그래서 기꺼이 어린아이들의 친구이자 만만한 장난감이 돼 주기도 한다. 게다가 때론 자신의 육신을 바쳐 인간의 허기까지 채워줬으니 개는 인류에게 가장 든든한 동반자라 할 만 하다.
개와 함께 반려동물의 맨 앞줄에 서 있는 고양이. 개보다 한참 늦게 사람의 집에 들어온 고양이는 야생성이 남아 있다. 호기심이 강하고 사냥 본능도 건재해서 인류에게 큰 골칫거리였던 쥐를 퇴치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개만큼 충성스럽진 않지만 요염하고 도도하며 깔끔하기까지 한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인간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인간의 생활 깊숙이 파고든 동물은 쥐다. 쥐는 바퀴벌레와 함께 인류를 가장 귀찮게 해온 존재다. 인간에게 고양이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가 쥐 때문이었다면, 적어도 대한민국의 대도시에선 그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위생과 방역대책이 발달하면서 쥐들이 자취를 감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도시의 어린이들은 골목길을 질주하는 쥐를 볼 수 없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면 천장에서 쥐들이 운동회를 벌인 듯 뛰어다녔고, 간혹 어떤 녀석은 뚫린 구멍을 통해 방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고 들려주면 요즘 아이들은 몸서리치며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쥐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건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쥐는 아직도 우리 곁에 있다. 인류의 건강한 생명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까지 주면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6년 동물실험 실태’를 보면 지난 한 해 실험용으로 사용된 동물의 수는 모두 287만 8,907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7,887마리씩 몸을 바쳤다.
동물실험은 고통을 받는 정도에 따라 A~E 5단계의 등급으로 나뉜다. D등급은 고통, 억압을 가한 후 진통제나 마취제를 쓰고, E등급은 심한 고통을 가하고도 아무런 약을 쓰지 않은 채, 끝장을 볼 때까지 관찰하는 방법이다. 그 가장 심한 고통을 겪는 동물이 쥐 같은 설치류(E등급 실험의 91.4%)라고 한다.
개 중에선 비글이 실험에 가장 많이 쓰인다. 온순해서 다루기 쉽고, 사람을 잘 따라 연구원에게 위협적이지 않으며 인내력이 강해 고통에도 잘 견디기 때문이라 한다. 장난꾸러기 ‘악마견’에게 그런 이면이 있었다니.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동물을 그리 대해도 되는지 잠시 숙연해지는 소식이다.
반려동물은 이제 인간을 떠나 살 수 없도록 진화됐다. 아이에겐 정서를 풍부하게 해주고, 노인에겐 충실한 벗이 돼 준다. 아파트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완벽히 적응했다.
몇 년 새 울산에서 돌고래 여러 마리가 죽었고, 엘살바도르에서 유일했던 하마는 괴한에게 잔혹하게 맞아 죽었다는 뉴스도 전해온다.
모든 동물은 인류의 벗이다. 좋아서 데려온 반려동물을 길거리에 버리는 것도 패륜이고, 대자연에 살던 야생동물을 끌고 와 강제 애완화하는 것 역시 죄악이다. 인간이 책임질 일은 끝까지 책임져야 하고, 책임지지 못할 일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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