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장의 시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공동주택 관리의 큰 축에 우리 관리사무소장이 존재한다.
누구도 처음부터 관리사무소장을 잘 하는 것이 아니며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능력이 배양되고 그 후 훌륭한 관리를 이끌 수 있다.
주택관리사 자격을 갓 취득한 관리사무소장 초기 입문자들은 왕성한 의욕과 함께 호기심 또한 충만하다. 무엇이든 열의가 대단하다.
교육비, 학원비, 시간을 투자해서 자격증도 취득하고 간접 경험을 터득하고자 관리사무소장 모임에 열심히 참여하는 고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관리사무소장 근무 연한이 늘어날수록 호기심이 줄어드는데 이것의 가장 큰 이유는 관리사무소장이 업무를 다 안다고 믿기 때문이다.
초임 관리사무소장은 신경을 곤두세워 입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입주민들을 관찰하지만 고참 관리사무소장은 누가 사는지 대충 다 안다고 생각한다.
이미 세상을 다 잘 안다고 믿을수록 탐구심이나 호기심은 사라진다.
인간은 선택의 기로에 설 때 무엇을 선택할까?
익숙한 것을 택하게 돼 있다. 이것은 인간 생존의 본능 중 하나로서 그래야 에너지가 최소로 소모되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장 능력이 숙성돼갈수록 익숙한 것을 택하게 되고 그러면서 유연성을 잃게 된다.
관리업무의 특성상 이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유연성을 잃게 되면 경직된 사고로 자기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반대를 하고 비난을 퍼붓는다.
호기심이란 사고방식의 유연함과 새로움을 선물하는 도구이다.
관리사무소장은 관리에 대해 더 잘 알수록 관리를 새롭게 바라보기가 어려워진다.
다 안다고 생각하니 더 배울 게 없고, 현상유지만 하려 한다.
고인 물이 썩는다고 했던가?
어떻게 하면 이미 익숙해버린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익숙한 것으로부터 시간적 거리, 공간적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이다.
눈앞에 닥친 일,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호기심을 잃으면 치매에 쉽게 걸린다고 한다.
인생의 마무리는 조용하고 평안하게 하는 것이 맞지만, 사는 동안 끝없는 호기심의 배를 타고 풍랑과 싸워가며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는 항해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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