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책임 여부 가릴 선례로 유사 사건에 영향 줄 듯


  

 

대주관 및 경기도회 소송 대응 적극 지원

1년 365일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안전사고. 요즘과 같은 겨울철 눈이 내리기라도 하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들의 근심걱정은 한가득. 빙판길에서 입주민이 미끄러져 다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타 아파트 사고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기에 퇴근 이후에도 휴일에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안전관리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자신한다 해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기에….  

 

경기도 수원의 S아파트 소장은 휴무일 새벽에 단지 내 인도에서 입주민이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직원으로부터 보고받고 눈 앞이 깜깜했다. 빙판길에서 뒤로 넘어진 입주민은 뇌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고, 입주민의 가족은 관리소홀이라며 1억2,000만원이 넘는 손해배상금을 내놓으라고 위탁관리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해왔다고 자부한 소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도회장 이선미)의 문을 두드렸다. 피고는 위탁관리업체지만 차후 구상권 청구 등이 수반될 것이 자명했고 이는 비단 자신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주택관리사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이기에 도움을 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주관(회장 최창식) 본회에서는 회원권익위원회(위원장 김창현)를, 경기도회에서는 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한용훈)를 열어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로 뜻을 모았고 변호사 선임비용 지원 등 소송비 지원에서 더 나아가 동료 주택관리사들의 탄원서 서명운동을 전개해 소송에 대응했다.
그 결과 지난해 1월 26일 수원지방법원은 S아파트의 경우 관리주체의 업무수행에 있어서 업무상 과실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 사고를 당한 입주민 가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기사 제964호 2016년 2월 3일자 게재>
외국에서 사업을 하다 귀국해 부친이 살고 있는 S아파트에서 거주하던 이 사건 당사자 L씨는 지난 2014년 12월 20일 오전 5시31분경 지인을 만난 후 집으로 돌아오던 중 옆 동 앞 인도에서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근무 교대시간 30분을 남겨두고 염화칼슘을 뿌리던 경비원에 의해 발견된 L씨는 긴급히 병원으로 후송돼 뇌수술을 받았으나 깨어나지 못했다.
그러자 입주민 L씨의 부인과 자녀들은 이 책임을 관리주체에게 돌렸다. 빙판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위탁관리업체 G사가 약 1억2,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한 것. 하지만 법원은 S아파트 관리주체가 안전관리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고 입주민 가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판결이 나온 지 약 1년이 경과한 지난달 20일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민사6부(재판장 한승 부장판사)도 관리주체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관리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판단, 원고 측의 항소를 기각해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위탁관리업체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려면 사고 당시 위탁관리업체가 아파트 관리주체로서 아파트를 관리함에 있어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바닥이 얼어서 미끄러운 인도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위탁관리업체에게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동절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 업무를 함에 있어서 관리주체에게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는 해당 공용부분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라 할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인도의 경우 관리주체의 재정적·인적·물적 제약 등을 고려해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방법을 기대한 상대적인 안전성을 갖추는 것으로 관리주체의 안전관리의무는 이행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S아파트의 경우 ▲겨울철 미끄럼 사고 주의 공고문을 각 동 게시판에 공고 ▲단지 곳곳에 미끄럼 주의 표지판 부착해 입주민에게 주의 환기 ▲단지 곳곳에 CCTV 설치해 안전관리에 활용 ▲경비 초소에 주야간 순찰과 제설작업 위한 염화칼슘 및 모래 구비 ▲사건 당일 새벽에도 제설작업 및 염화칼슘 살포 등 제설, 제빙업무를 수행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일 경비원이 새벽 5시까지인 휴게시간을 마치고 나와 근무 교대시간 30분을 앞두고 인도의 보도블록이 얼어서 미끄러운 것을 발견, 곧바로 염화칼슘을 살포하는 등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 점 등을 판단에 반영했으며, 결과적으로 입주민의 부주의로 바닥의 진눈깨비가 녹지 않았거나 바닥이 살짝 얼어 있는 상태의 인도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머리 부분에 강한 충격을 받았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관리주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 위탁관리업체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산하의 김미란 변호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 관리주체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관리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돼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확인한 판결”이라며 “관리주체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는 관리주체의 재정적, 인적·물적 제약 등을 고려한 상대적 안전성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주관 이선미 경기도회장은 “이번 판결은 대주관 및 경기도회에서 소송 비용을 지원해 이뤄진 결과물로 어려운 현장 여건 속에서 묵묵히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주택관리사들에게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표지판 부착, 안내문 고지 등을 통해 선관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한 선례로서 앞으로 많은 주택관리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미 1심 수원지법의 판결이 나온 직후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바 있다. 
단지 내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상해를 입은 경기도 고양시 모 아파트 입주민이 위탁관리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1심 의정부지법은 관리주체가 사전에 빙판길 주의 안내문을 게시하고 제설작업을 하는 등 주의의무를 기울였음에도 위탁관리업체에 40%의 과실 책임이 있다고 봤지만, 위탁관리업체 측이 S아파트의 판결사례를 바탕으로 항소심에서 대응한 결과 입주민 패소 판결로 결론이 났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 바 있다. <관련기사 제979호 2016년 5월 25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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