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재능기부로 인생이모작 도전기-


 

이 의 준 관리사무소장
광주광역시 마재마을 주은아파트

요즘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퇴직과 함께 인생이모작 즉 현직에서 퇴직하고 그 이후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개인의 큰 관심사이며 국가정책의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노인빈곤층의 증가와 함께 퇴직 이후 재취업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직장생활 33년의 세월이 급물살 흘러가듯 한국전력에서 정년으로 마감했다.
그러다 2016년 6월 지인의 권유로 전혀 새로운 업무인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제2의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근무하는 아파트에서 출근시간에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춰서고 오폐수배수관이 터져 악취가 날때는 아찔했으며, 비가 오면 누수가 되는 가구, 배우자를 먼저 떠나 보내고 이에 더해 윗층의 층간소음으로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가구들의 절절한 하소연을 들을 때는 즉시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 궁색해 난처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다 차차 입주민들과 어느 정도 낯이 익어 가구를 방문해 차도 마시게 되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게 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업무는 단 1초의 휴식이 없다.
사무실 업무가 종료되면 바로 경비실에서 보안, 경비, 순찰업무와 함께 사무실 업무까지 24시간 내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근해도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항시 대기상태랄까? 잠을 잘 때도 항상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는 습관이 이때부터 생겼다.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노파심(?)이 생긴 걸까?
근무하는 아파트가 자동차로 30분 거리로 만일 뜻밖의 사고 발생 시 즉시 출동해도 그만큼 시간이 소요되니 항상 마음에 걸린다.
422가구 1,500여 명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지고 있는 내가 아닌가.
정말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
지난 연말에는 광주시 국제기후환경센터에서 주관하는 저탄소 녹색아파트 공모사업에서 우리 아파트가 최상위 등급인 골드등급 우수상을 수상해 현판을 받고 부상으로 500만원을 받았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수상했으니 전체 입주민들의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그만큼 입주민들의 절약정신과 환경의식이 매우 높고 수려한 자연공원까지 인접해 있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구내 텃밭 조성으로 채소 가꾸기, 30분 소등 행사, 대중교통 이용하는 날 캠페인, 가구 에너지 진단시행, 녹차밭을 일궈 녹차나무 가구 분양, 도시농업박람회장 쓰레기 줍기 캠페인, 도시농부 체험 경작, 탄소은행 가입율 98.6% 등의 행사가 나름대로 성과를 이룬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다.
어느 덧 아파트 관리에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입주민들을 위해 봉사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없을까생각한 끝에 한자·한문 재능기부를 하기로 했다.
“부생아신 모국아신(父生我身 母鞠我身: 아버지는 내 몸을 낳으시고 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셨다)”
광주 서구 금호동에 위치한 주은아파트 내 한자교실에는 입주민들의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다.
대학평생교육원에서 한자, 한문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한자·한문지도사 특급, 훈장 1급, 사범, 동양고전교육사(논어, 맹자, 대학, 중용), 아동한자지도사 등 한자한문 자격을 두루 취득하고 동양 인문학 기초를 공부했다.
동신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논어 이야기’ 강좌를 신규 개설해 강의한 경험을 살려 기초 한자·한문 교실을 열어 지난 가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성인까지 매주 토요일 2시간씩 기초 한자를 익혀가며 입주민들과 어깨를 맞대며 생활하고 있다.
눈매가 초롱초롱한 아이들이 하루하루 한자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아직은 8~9명에 불과하지만 차차 인원이 늘어나 교실에 가득차는 날을 늘 상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난다.
항상 꿈꾸었던 한자·한문공부와 인문학의 기초를 공부하게 돼 무엇보다 즐거운 나날이다.
재능기부도 하며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의 골드상을 받는 날이 있을까?
문외한이 이제 아파트 관리에 조금씩 뿌리를 내려가며 저탄소 녹색아파트에서 한층 나아가 문화의 품격을 높여 ‘명품 문화 아파트’를 지향하며….
오늘도 입주민들과 인사를 나눈다.
인생이모작을 멋지게 보내려고 설계하는 모든 분들, 과감히 도전하십시오.
그동안 미뤄 놓고 하고자 바랐던 일들, 즉 운동, 취미생활, 여행, 사회봉사 등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 새로운 인생을 열어보십시오.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반드시 인생 황금기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인생이모작을 꿈꾸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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