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우리는 갈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고부갈등에서부터 노사갈등, 부부갈등, 남북갈등, 빈부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등 너무나 많은 갈등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자주 일어나고 경우에 따라 서로 타협을 통해 해결되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갈등은 분명 해결하기 힘든 사회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갈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까.
갈등의 사전적 의미는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충돌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두 가지 이상의 상반되는 요구나 욕구, 기회 또는 목표에 직면했을 때 선택을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상황을 말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흔하게 직면하는 갈등은 주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갈등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갈등을 주거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공유공간을 사용하는 여러 입주민이 모여살기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다. 갈등은 부정적인 현상이지만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갈등은 도리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아파트 단지의 갈등은 통제수준을 넘어선 경우가 허다하다.
층간소음, 반려견, 흡연, 쓰레기 투기 시비까지 이웃 간 갈등으로 다투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층간소음 전문 컨설팅단의 통계자료를 보면 2014년 4월부터 2016년 4월까지 2년간 서울시에서 층간소음으로 접수된 민원은 모두 1,097건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의 조사 분석에 따르면 전체 아파트 거주자의 가장 큰 단지관리 불만 사항은 ‘층간소음 등 이웃 간 갈등’(52.7%)이고, 특히 ‘이웃 간 갈등’에 이은 불만도 ‘이웃 간 무관심’(41.3%)으로 조사됐다. 많은 조사연구를 종합해 보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의 대다수가 크고 작은 이웃 간 갈등을 경험했고 이러한 갈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아울러 도시의 익명성과 철저한 이기주의적 행태로 이웃 간 무관심하며 상호 소통하고 이웃사촌으로 아주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공동주택 거주자는 주거단지의 공유공간 (복도, 주차장, 공원, 놀이터 등)의 사용에 있어 이웃을 배려하고 기본적 원칙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일부 입주민은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시설을 취급하거나 훼손하고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규범을 무시한 행위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사회에 보편적인 주거생활의 터전으로 자리 잡은 아파트 단지는 더욱더 공동체적 인식과 활동이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학술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러한 갈등에 대처하는 유형도 다양하다. 문제가 있어도 무시해 버리는 회피형 갈등,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상대를 압도함으로써 갈등을 돌파하는 경쟁형, 그리고 서로의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해결해나가는 협동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아울러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힘에 의한 해결 방법으로 상대방의 희생을 요구하거나 승자와 패자로 나눠지기 쉬운 해결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아니면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폭력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 경우 살인 등 끔직한 극단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또 다른 해결 방법으로는 법(소송)에 의한 해결 방법이다. 소송을 통한 방법은 때로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해결된 듯 보이지만 이웃 간 앙금이 지속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대화를 통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 평화적인 해결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일종의 협상의 형태이고 상대방과 진솔한 대화와 상대를 이해하려는 기본적 태도가 전제돼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과 주장을 무시하고 자기주장만 강조해서는 대화가 불가능하다. 만일 대화가 난관에 처하고 진전이 없을 경우에는 제3자가 중간에서 도와주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심각한 갈등문제를 입주민의 부단한 대화노력을 통해 해결한 경우도 없지 않다. 아파트 단지라는 일정 주거공간에 모여 사는 사람들 스스로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나 하나만 살아가는 공간이 아닌 이웃과 공유하는 공간이 공동주택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입주민 모두 갈등 예방과 해결을 통해 인간미 넘치는 살맛나는 주거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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