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102>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세상에 제일 답답한 것은 명분이나 조리가 있는 반대가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무조건 그 일을 하지말자든가, 상대방의 말은 아무리 옳아도 틀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이기기 힘들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반대를 위한 반대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1. 오류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
1962년 냉전시대에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설치하겠다고 해 미국과 극단적으로 대립하던 시기에 쿠바 미사일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팬타곤의 강경론자가 미국 전투기를 소련전투기처럼 도색해 쿠바를 폭격하자는 의견을 내고 국가안보위원들이 이 안을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을 때 그 자리에서 있던 경호원이 ‘비행기는 색깔이 아니라 모양만 보면 아는데’라고 혼잣말을 하는 것을 듣고 결정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가 끝난 후 만약 그 계획이 실행됐다면 핵전쟁인 3차대전이 일어나게 되고 미국은 전쟁의 주범이 됐을 것이라는 반성이 있어 급박한 위기의 상황에서 마지막 결정을 조언할 ‘반대를 위한 반대자’라는 직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결정권자들이 목적만을 생각하면서 수단의 집단오류에 빠지는 것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리던던시 체크(Redundancy Check, 重複檢査)는 복잡한 모든 기계에서 작동의 오류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서 빠르게 ‘달린다’는 자동차에 꼭 필요한 장치는 ‘세운다’인 것처럼 하나의 현상에는 반드시 잘못됐을 때 대체하거나 제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물론 비용은 더 많이 필요합니다.
 

2. 반대의 순기능
유대인의 지혜를 집대성 했다는 탈무드를 보면 결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찬성하면 그 안건은 유보하거나 폐기 시킨다고 합니다. 완벽한 인간은 없고 완벽한 결정은 있을 수 없는데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집단오류에 빠져있는 것일 수 있고 무엇인가 문제점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지금처럼 바쁘고 빠르게 변하는 시기에 언제 그럴 수 있냐고요? 그러나 결정해 놓고 막상 실행하려고 하면 그때서야 문제점이 발견돼 오히려 시간과 비용이 더 많아지게 되고 결정권자의 권위도 무너지게 됩니다. 쿠바사태 때 팬텀기에 미그기 색깔을 칠해서 폭격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왔을지 생각해 보면 반대가 필요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만을 위한 반대는 안 되지만 말입니다.
 

3. 컨펌(Confirm)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컨펌이란 어떤 일을 확정하다는 의미인데 교회에서 세례를 할 때도 컨펌이라고 합니다. 성도임을 확실하게 결정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어떨 때 컨펌이 필요한가요? 증거가 명확하거나 느낌이나 믿음이 분명하지 못할 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많은 일들은 그 끝을 명확하게 알기 어렵고 다시 결정할 수 없으므로 최종결정을 하기 전에 컨펌을 해  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자기가 쓴 글의 오·탈자를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B학점을 받은 학생이 교수에게 문자로 ‘이번에 B학점을 주셨습니다’라고 쓸 것을 ‘이번에 B학점을 주셨습디다’라고 항의하는 듯한 문자를 보냈다가 혼이 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기가 반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 일의 본질과 오류가 가장 잘 보일 수 있습니다. 그 일의 동조자가 아니라 누군가 반대를 하는 사람을 정해 놓고 그 반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오류를 찾을 수 있고 시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컨펌을 아무나 해서도 안 되고 아무에게나 시켜서도 안 되는 이유입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