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최  타  관
주택관리사

서울 강북의 랜드마크라고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어느 최고급 주상복합단지에서 벌어진 일이다.분양가만 3.3㎡당 족히 5,000만원을 호가하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물론 모두가 이 이야기의 대상자와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2년 전 겪었던 사연을 적어본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해 근무복으로 갈아 입고 책상에 앉는 순간 미화팀장이 급하게 다가와 “사단이 벌어졌는데 소장님이 빨리 올라가보셔야겠습니다”라고 재촉한다. 무슨 일인지 얘기를 들어보니 아침마다 꼭두새벽에 출근해 층마다 공용부 복도를 청소하는 미화원이 민원이 제기된 해당 층 복도 끝에 버려진 검은 봉투를 쓰레기로 생각하고 청소수레에 담고 층마다 청소를 마치고 내려와 재활용쓰레기를 정리해 재활용업자에 실어 보내고 나서 일을 마치고 퇴근했는데 오늘 출근하니 아침부터 느닷없이 해당 가구에서 미화원을 호출해 올라가 보니 어제 복도에 내놓은 검은 봉투에 들어있던 구두(시가 150만원이라고 주장함)가 없어졌다고 난리법석을 떨며 미화원을 도둑 취급하면서 빨리 찾아내라고 한단다.
팀장이 재활용회사에 전화를 걸어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으나 이미 재활용처리가 끝나 찾을 수 없어 결국 증명을 할 수가 없었고 민원인은 무조건 미화원이 구두를 가져갔다고 윽박지르면서 급기야 경찰에 고소를 하고야 말았다. 관리사무소장, 관리과장, 미화팀장, 보안팀장 해당 미화원 모두가 올라가 부동자세로 서서 두어 시간 온갖 쓰레기 같은 소리를 듣고 나서 그럴 리 없다고 항변을 하고 내려왔지만 모든 것은 경찰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악담을 퍼붓던 소리가 쟁쟁하다.
결국 미화원의 동선을 따라 CCTV를 모니터링해 자료를 경찰에 제시하고 나서야 경찰에서도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고 고소인에게 조사결과를 이야기했는데 고소인은 들은 체도 않고 거짓말탐지기로라도 미화원을 더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진실을 외면하는 고소인의 태도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무고한 고소로 사람을 괴롭히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맞고소를 하는 방안을 생각해 봤는데 그래도 본인이 한 일이 아닌 것을 증명받자면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거짓말탐지기 조사에까지 응했으나 그 마음은 스트레스로 가득 차 급기야 화병에 이르게 됐다.
결국 그 미화원은 “저는 가난해서 평생 남의 일만 하면서 살았기에 아직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은 다 큰 자식들에게 손 안 내밀려고 여전히 이런 일을 하지만 도둑놈 누명까지 쓰면서 이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선하고 못 사는 사람들은 악한건가요?”라고 하면서 아파트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갔지만 마음의 상처는 영원히 치유될 수 없을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구두의 행방은 해당 가구에 간혹 출근해 청소를 해주는 일일 도우미가 집주인이 검은 봉투에 내놓은 구두를 보고 버리는 것이겠거니 생각해 퇴근할 때 가지고 간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애꿎은 미화원만 잡고 고소까지 한 그 입주민은 지금도 여전히 미화원들을 도둑놈 취급하듯이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하니 자기들이 사는 곳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며 주거환경을 가꾸는 관리사무소 구성원 중 중요한 일을 하는 그들을 종 부리듯이 말을 하고 한낱 도둑놈 취급이나 하는 공동주택 입주자들의 생리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고 내가 왜 이 일을 계속 해야만 하나 회의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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