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사랑은 참 어렵다. 인생 자체가 희로애락의 연속이지만 사랑은 그 강도를 훨씬 세게 만든다. 매순간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짜릿한 천국과 지옥의 맛을 선사한다. 사랑의 감정이야말로 가장 뜨겁고 강렬하고 처절하다.
젊은 시절의 사랑만 그런 게 아니다. 환갑을 넘긴 남녀 사이에도 사랑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아주 가끔은 늙은 사랑에도 복잡미묘가 있어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이 신문지면의 한 모퉁이를 장식하는 경우도 있다.
사랑의 완성이 ‘결혼’이라면 그 사랑을 완성시키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수많은 결혼 중 ‘가장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맞는’ 것엔 직업, 집안, 재산, 학벌, 배경, 건강 등 세속적 조건이 포함된다.
그래서 이제 갓 눈 뜬 청년기의 사랑은 이뤄지기 힘들다. 얇은 유리병 같기도 하고, 때론 비눗방울 같기도 해서 잘못 다루거나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허무하게 스러져 버린다.
우린 얼마나 미미하고 사소한 이유들로 사랑을 놓쳤을까. 때론 헛된 자존심과 이기심 때문에, 때론 서 푼도 안 되는 계산 때문에 사람들은 소중한 사랑을 잃는다.
이별의 아픔을 깨끗이 털어 버리고, 기억마저 잊은 채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냉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뜨겁고 순수했던 옛사랑을 잊지 못해 다시 과거의 연인을 찾아나서는 ‘열정’적인 사람도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행복하고, 아프고, 즐겁고, 슬프고,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스무 살에 만난 일본의 청춘남녀는 예쁜 사랑을 나누다 작은 오해와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진다. 다른 인연을 만나고 각자의 직업생활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서른 살에 일본이 아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기적처럼 해후한다.
“10년 후 피렌체 두오모성당의 쿠폴라에 함께 올라가자”는 약속을 둘 다 잊지 않았다.(‘쿠폴라’는 돔처럼 생긴 반구형 지붕을 뜻하는 건축용어로 피렌체 두오모성당의 쿠폴라에 오르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 때문에 세계적인 연인들의 성지로 통한다. 그런데 이곳에 가면 한글낙서가 많아 한국인 관광객의 낯을 부끄럽게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피렌체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과거의 연인은 다시 ‘냉정’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헤어지지만, 사랑의 ‘열정’을 잊지 않은 두 사람은 기적처럼 찾아온 만남을 놓치지 않고 기차를 타기 전 플랫폼에서 어색하고 달뜬 미소를 지으며 재회한다.
가슴 한 쪽에 옛사랑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이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나면, 한번쯤 심장 깊숙한 곳에 잠자고 있던 추억의 파편을 건져 올려 반추하게 된다.
열정이 지나치면 삶이 피곤하고, 냉정이 지나치면 삶이 건조해진다. 그래도 한 번 뿐인 인생 사람답게 살아보려면 좀 피곤해도 냉정보단 열정적인 삶이 훨씬 멋있을 것 같다.
인천 부평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비를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LED 등기구를 사서 관리사무소장과 직원들이 직접 교체했다. 덕분에 침침하던 지하주차장은 한결 밝아지고 전기요금은 현저히 싸졌다. 게다가 수명은 형광등의 수십배에 이른다. <관련기사 1면>
이렇게 좋은 일을 한 직원(관리주체)에게 과태료 폭탄이 투하됐다.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자기 업무시간 쪼개 틈틈이 교체작업을 해 준 직원들의 열의에 뜨거운 ‘열정커피’를 대접하진 못할망정, 이 엄동설한에 얼음장 같은 ‘냉정처분’이라니.
설 선물이 지나치게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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