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백  창  훈

첫눈은 사랑의 증표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첫눈은
그대와 나의 첫만남이다

그대의 이름을 처음으로
가슴 떨리게 불러보는 일이다

그대의 흰 손을 처음 잡아 보는 일이다

그대와 함께 처음으로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과자를 고르고 바구니에 과일을 담아 보는 일이다

그대가 신은 작고 귀여운 검정부츠를 처음으로
가슴 떨리게 바라보고 서있는 일이다

그대가 좋아하는 포도송이를 한 아름 안고
그대의 방문을 처음으로 열고 들어가는 일이다

동네 마을어귀 저녁에 이르러
조용히 숨죽이며 그대에게 처음으로 키스하는 일이다

부산에서 인천까지 425킬로를 달려 꽃집에 들러
향기 짙은 붉은 장미꽃을 안개꽃에 감싸 안고
그대가 일하는 가게 문을 처음으로 열고 들어서는 일이다

동네 문구점에 들러 편지봉투와 편지지를 산 후
그대에게 여러 장 마음의 고백을 써내려간 후
우체통을 향해 가슴 설레며 숨가쁘게 뛰어가는 일이다

공중전화박스에서 그대에게 전화를 걸다가
고장이 나면 자전거를 타고 다른 동네로
쏜살같이 달려가서 다시 동전을 넣으며
그대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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