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장의 시선

 

 


김 호 열  주택관리사


관리사무소장이 근무하다가 타의에 의해 그만둘 때,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적응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능력 발휘의 문제이다.
이 두 가지 중 우선순위는 적응이다.
적응이 되지 않으면 능력발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적응이 먼저 돼야 한다.
적응은 모든 면에서 다 필요하지만 최우선적으로 적응해야 하는 것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다.
외형적으로 관리사무소장은 입대의 회장의 지휘·감독 하에 있으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입대의 회장의 본심이며 관리소장이 입대의 회장의 본심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그렇다고 업무능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민원처리 능력, 진상 입주민 관리능력, 직원관리능력, 업무 추진능력, 시설관리능력, 입주민이나 동대표들 간의 관계조율 능력 등의 모든 능력은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다.
실제로 업무능력보다는 보이지 않는 부수적 능력(?)이 더 필요한 경우가 한없이 발생한다.
입대의 회장이 정도를 벗어나서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이를 조율하는 능력이 가장 필요한 능력일 수 있다. 다른 모든 능력은 다 갖추고 있어도 이 능력이 없다면 다른 능력은 다 무용지물이 된다.
관리사무소장은 법과 규정에 따라 일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특별한 다른 능력을 애써 무시하려는 초보 관리사무소장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역할을 법과 규정이란 보호막 속에 감추려는 어설픈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법과 규정만 따지는 답답한 공무원 같은 관리사무소장의 자세는 누구도 반기지 않는다.
법과 규정이 있지만 업무의 집행에 있어서 애매한 부분은 수도 없이 많이 있기 때문에 법과 규정만 가지고 일할 수는 없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법과 규정대로만 일하면 쫓겨난다는 뜻이다.
법과 규정의 원칙 주장은 내가 힘이 있을 때나 먹혀드는 것이다.
내가 힘이 없으면 정의고 원칙이고 아무 소용이 없다. 힘은 강한 자의 편에 선다.
힘은 적응이 된 연후에 생겨난다.
세상에서 나만 바르게 살면 된다는 식의 편협한 자세는 관리사무소장에게는 부적합하며 남도 바르게 살게 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관리사무소장은 취업도 어렵지만 자리 지키기는 더욱 어렵다.
‘주택관리사’란 자격증이 관리사무소장으로서 전문가임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전문가가 되려면 다방면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적응의 능력이 특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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