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정  채  경

 

한 겨울 거대한 숲에 들어와 있었다
바람과 나뭇잎이 서로를 맡기지 못한 채
내쉬는 중얼거림과 살랑거림이
저녁을 불러들인다
모든 것이 뒤엉킨 곳이지만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나뭇가지의 지루한 신음에 대해
깊고 음침하고 말이 없는 숲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
내 생각과 많이 닮았지만 전혀 다른 그를

아침에 가볍게 흩뿌린 숲속의 눈발은
바람이 일고 숲속을 집어 삼킬 기세로 몰아붙여
공포에 떨게하더니 마침내 나무들
눈덩어리 토해내게 했다

앞을 분간할 수 없는 폭풍 눈보라 속에서
어디로 발길을 옮겨야 할지 몰라
턱밑까지 차오른 모음으로 고백할 때 그는
처음부터 나침판 같은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많은 모퉁이를 헤치며 길을 닦았지만
길은 지워져 늘 원점이라는 것을
걷고 있는 숲은 출구 없는 하나의 일상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뒤를 따르던 그가 보이지 않았다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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