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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석 춘 
서울 성북구 공동주택관리 자문위원
(행복코리아 대표)

정유년(丁酉年)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올해는 닭의 해입니다. 닭을 생각하니까 ‘나무로 깎아 놓은 닭’이라는 뜻의 목계(木鷄)가 떠오릅니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기성자가 왕을 위해 싸움닭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습니다. “닭이 쓸 만한가?” “아직 멀었습니다. 쓸데없이 허세를 부리고 자기 힘만 믿고 있습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습니다. “닭이 쓸 만한가?”
“아직 멀었습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를 듣거나 그림자만 봐도 덤벼들려고 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아직도 상대를 노려보고 혈기왕성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습니다. “이젠 됐습니다. 옆에서 다른 닭이 아무리 울음소리를 내며 싸움을 걸어와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로 깎아 놓은 닭(木鷄)’ 같습니다. 비로소 그 덕이 온전해진 것입니다. 다른 닭이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보기만 해도 달아나 버립니다. 유명한 목계지덕의 우화입니다.
옛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근거로 나무를 깎아 닭을 만들어서 앞에 두고 정신수양을 했다고 합니다. ‘관청’의 청(廳)도 ‘국민의 의견을 들어주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아파트는 여러 가구가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 각각 독립된 주거생활을 하는 공동체로서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나하고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잦아 갈등요인이 필연적으로 상존하게 됩니다.
아파트는 정치단체도 경제단체도 아닌 입주민의 관리비로 공동주택을 효율적으로 관리해가는 생활공동체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할 때 동대표 간의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에도 입장을 바꿔서 경청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가급적이면 발의된 의안을 전원 찬성으로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입주민들도 방청하게 해 필요한 경우에는 입주민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입주민이 관리사무소에 와서 민원을 제기할 때에도 ‘머리로 하는 대화’ 보다는 ‘가슴으로 하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설령 무리하고 부당한 민원일지라도 법이나 규정을 설명하기 전에 “얼마나 불편했으면 직접 오셨습니까?” “얼마나 화가 났으면 여기까지 찾아오셨습니까?” 하면서 일단 끝까지 들어주고 민원인의 입장이 돼주면서 가슴으로 대화를 하면 의외로 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더가 지녀야 할 제1덕목은 남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경청리더십’입니다.
올해에는 아파트의 각 가정과 관리사무소 그리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의장에도 나무로 깎아 놓은 닭(木鷄)을 하나씩 두고 보면서 ‘경청 리더십’을 발휘해 더불어 행복한 아파트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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