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용 칼럼

 

본지 류기용 명예회장이 지난달 8일 갑작스런 뇌출혈을 일으켜 아직 병상에 있습니다. 이에 과거 그의 칼럼을 모은 ‘한국아파트신문 칼럼 100선’ 책자에 실린 글들을 다듬어 재연재하기로 했습니다. 류 명예회장의 쾌유를 기원하며 아울러 관심 있는 독자 여러분의 필진 참여를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류 기 용 명예회장


지난 ’60년대 이후 40년 가까이 진행돼온 성장위주의 개발정책은 급격한 도시화로 이어져 전 국민의 80% 가까이가 도시로 집중되는 초 과밀화 현상을 빚게 된다. 특히 수도 서울의 경우 전 국토의 0.6%에 지나지 않는 좁은 면적에 전체 인구의 약 20%가 몰려들게 돼 우리 국민들이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은 낳아서 서울로 보내라”하는 속담만큼은 철저하게 잘 지켜 냈음을 알 수 있다. 그후 인구분산을 유도하겠다며 내놓은 정부의 수도권 신도시 정책 또한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인구 흡인의 기폭제가 됐고 이 과정에서 ‘빨리 빨리’ ‘대충대충’이라는 적당주의 건설 관행이 조장됐으며 그래도 부족한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변질돼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 악순환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
인간이 편안하게 머무르고 안전하게 휴식을 취해야 할 공간으로서의 주택이 오히려 삶의 치열한 경쟁 산물로 전락해 버린 참담한 결과다.
결국 이렇게 무분별한 개발 정책은 인구 과밀화 현상뿐만 아니라 환경을 파괴하게 되고 삶의 질까지도 떨어뜨리는 무서운 재앙으로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환전 가치가 높고 수익률이 좋은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게 되면서 보다 넓고 큰 집으로 옮겨가기 위한 중간 경유 개념으로서의 임시거류, 간이정류 등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게다가 불량자재 사용, 부실시공에 따른 하자문제로 생활의 불편은 물론 불신풍조가 만연하게 되면서 전문적인 계획관리는 그 설 땅을 잃게 되고 만다.
이 와중에 공동소유는 무소유, 공동책임은 무책임이라는 지독한 무관심은 관리의 사각지대를 형성하게 되고 이 땅의 공동주택은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의 학술적 수명인 ‘40±20년’(사후관리가 철저하면 60년 이상 수명 연장, 사후관리가 부실하면 20년 이하로 수명 단축)에서 최악의 상태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 현재 공동주택의 기관실, 전기실, 각 동 지하에는 어지간한 산업시설 못지않은 대규모의 각종 시설물들이 설치돼 있는데 이 모든 시설들은 소유와 사용의 분리 즉 철저한 ‘공개념’의 인식 없이는 체계적인 효율관리가 불가능한 것들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정책당국은 공공 임대주택의 대폭 확대로 주거 생활의 안정도모와 함께 사후 전문관리 정책개발에 주력해야 하고 특히 공동주택 입주자들은 투자 심리나 소유개념 따위 집에 대한 왜곡된 집착에서 벗어나 생활공간으로서의 올바른 주거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이 땅의 많은 서민들에게는 아파트 입주자들이야 말로 선택받은 사람들로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개혁에 선구자적 수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먼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에 따르는 의무에 충실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며 무엇보다도 양식있는 동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그리고 나 못지않게 너를 배려하고 너와 나보다는 우리라는 전체를 생각하는 선진화된 시민의식으로 공공의 이익과 공공선의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하여 이 나라 공동주택 입주자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속에서 풍요로운 일상을 영위하는 가운데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 단지가 살기 좋은 마을, 정이 흘러넘치는 모범단지로 자리 잡게 되는 어느 날, ‘생각지도 않았던 집값까지도 올라 있더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되고 이쯤에서 마을 축제라도 생각난다면 제일 먼저 주택관리사 그리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챙겨 봐야 할 것이다.
‘민심은 바로 천심’이라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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