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서울행정법원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아파트 단지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모과나무 열매를 채취하다가 균형을 잃으면서 2미터 30센티미터 높이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관리직원 A씨는 척추 손상으로 인해 심한 후유증을 앓았다.
요양승인 후 입원치료를 받아왔으나 사고 후유증으로 대소변 장애를 얻게 된 A씨는 병원으로부터 평생 대소변 주머니를 달고 살아야 한다는 답변을 들은 후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지난 2015년 5월경 아파트 관리사무소장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너무 고통스럽다, 약을 먹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는다. 죽고 싶다. 유서는 이미 써놓았다’ 등의 말을 한 A씨는 결국 이로부터 3일 후 신병을 비관해 병원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A씨는 유서에서 “너무 아파서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작업 지시를 받고 모과나무 열매를 따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앞으로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아내와 두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A씨가 사고에 따른 후유증으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평생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는 등 사고 전의 일상적인 삶으로 복귀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절망감과 좌절감, 가족에 대한 죄책감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생겨 자살했다”면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거부했고 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장순욱 부장판사)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의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과 동법 시행령 제36조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업무상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그 밖에 업무상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그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법리를 토대로 재판부는 “A씨가 비록 자살로 사망했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해 극심한 통증과 대소변 장애 등에 시달리다가 우울증이 발병했고 그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을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업무상재해를 인정했다.
즉 A씨는 의사로부터 대소변 장애에 관한 치료가 불가능하고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으며, A씨로서는 참기 어려운 통증과 대소변 장애를 평생 동안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심한 절망감과 무기력감,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요양기간 중 우울증에 대해 정신과적 진료를 받지는 않았으나 A씨와 같이 척추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우울장애나 불안장애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 A씨는 통증이 심해진 2015년 2월부터 자주 우울감을 호소하며 수면장애에 시달렸다고 봤다.
재판부는 더욱이 A씨가 사망 무렵에는 ‘너무 고통스럽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함으로써 극도의 심리적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는 등 우울증이 의심되는 증세를 보였으며 진료기록감정의는 A씨가 자살하기 전 추락사고로 입은 척추손상으로 인해 주요 우울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한 점 등을 바탕으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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