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길을 걷다 모르는 사람이 길을 묻거든
내가 아는 길만 일러주라
자취나 흔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붙박이 나무에 바람의 방향을 묻지 말라

산에서 바다로 난 길이거나
들에서 산으로 난 길이거나
견디고 선 자리가 부대끼는 섬일 뿐.

이만 원 정가를 뚝 분질러 딱 오늘 하루만
파격 할인해준다고 외치는 전철 안 이동판매원

오늘 들어온 싱싱한 명태 고등어
오후 다섯 시부터 할인행사에 돌입한다는
대형 마트 팀장의 쩌렁대는 메가폰 소리

부대끼고 사는 건
바람 아닌, 나무 아닌 것들에 귀를 다는 것
지갑의 위치를 탐색하며
꼬드기는 저 소리, 소리
흔들리는 내 안의 섬,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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