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우리 사회의 주택문제는 양적·질적으로 구분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주택의 양적 문제로는 주택공급률이 100%를 넘어선지 몇 년이 지났지만 지역별, 소득계층별, 점유형태별로 필요로 하는 주택이 골고루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즉 주택재고 및 공급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질적인 면에서 1980년대 이후 아파트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주거수준 (1인당 주거 면적, 수세식 화장실, 온수 사용 등)은 많이 개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 수가 약 99만 가구 이며(2014년), 사회취약계층의 주거수준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사회취약계층 중 주거문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주거취약계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자는 주거취약계층을 “심각한 주거불안을 경험하고 현재 주택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정의하고자 한다. 이들은 당장 주거불안과 열악한 주거환경을 쉽게 벗어나기 힘든 상태다. 구체적으로 누가 주거취약계층인가?
국토교통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지침에 따르면 쪽방, 고시원, 여인숙, 비닐하우스, 노숙인 시설, 컨테이너, 움막 등 비정상적 거처에 3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들을 지칭하고 있다. 이외에도 옥탑방, 햇빛이 전혀 없는 지하실 거주 등 다양한 주거취약계층이 존재한다.
세 가지 관점에서 주거취약계층의 요건을 점검해 볼 수 있다. 첫째, 주택법에 명시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와 정상적 주택이 아닌 소위 비주택 거주 가구들이다. 이 요건은 주로 물리적 상태에 기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주거비 부담을 기준으로 본 요건이다. 월 소득 대비 주거비의 비중이 30%를 넘는 경우이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의 다수 국가에서는 소득 대비 30~50%를 초과하면 주거취약계층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셋째, 주거권을 침해받는 경우 역시 주거취약계층이라 분류될 수 있다. 주거권(housing rights)은 유엔 인권위원회와 유엔 해비타트(Habitat) 회의 등에서 제시된 것으로 적정주거에 거주하지 못하고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침해받는 경우를 말한다.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A규약)다자간 조약에 한국이 1990년 7월 가입했다. 이 규약의 제11조 제1항을 보면, “당사국은 모든 사람이 적당한 식량, 의복 및 주택을 포함해 자기 자신과 가정을 위한 적당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생활조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권리를 갖는 것을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주거에 대한 권리(housing rights)와 이를 위한 국가의 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규약을 해석한 문건인 ‘일반논평 4’는 주거의 권리가 다음 7가지 사항을 포함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1) 점유의 법적 안정성, (2) 필수적인 시설의 이용, (3)주거비 지불 능력·비용의 적정성, (4) 거주 적정성, 즉 추위, 습기, 더위, 비, 바람, 기타 건강에 대한 위협, 구조적 위험, 질병 매개체로부터 보호, (5) 접근 용이성으로 노인·아동·신체적 장애·치명적 질병·자연 재난의 피해자 등에게 주거 영역에 대한 우선적 배려, (6)적절한 위치에 주택이 입지해 고용기회, 건강보호서비스, 학교, 아동보호센터와 기타 사회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을 보장, (7) 주거의 문화적 적절성을 보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회취약계층 중 특히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상태 및 주거안정을 위해 위에 소개된 유엔이 권고한 주거권기준 7가지를 중심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 프로그램을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거시적이고 중장기적으로 한국은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주택정책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기본적으로 정책목표는 공급자 중심, 공급확대 일변도에서 수혜자(수요자) 중심, 그리고 사회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변화해야 하며, 정책 대상은 계층중립적인 것에서 특정계층 우선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정책체계는 점진적으로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정부(지자체) 중심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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