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이런 해가 또 있었을까.
분노와 체념으로 시작했던 2016년이 기대와 희망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대단한 반전이다. 1년 만에 암흑 속에 서광이 비추는 기적이 일어났으니.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졌지만 2017년엔 지금보다 나을 거란 기대가, 더 나아져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국민을 하나로 묶었다.
본지가 2016년을 맞으며 내놓은 첫 작품은 ‘연속기획-음지의 노동자, 미화원’시리즈였다. 5회에 걸쳐 지면을 장식한 이 기획은 공동주택 관리현장뿐 아니라 정부와 관련 단체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며 화제를 모았다. 경비원에 대한 폭력과 이로 인한 사건 사고들이 여러 차례 언론의 조명을 받은데 비해, 미화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기에 이들의 실상을 알린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제대로 씻거나 쉴 곳도 없고, 식사조차 어둡고 습한 지하공간에서 해결해야 하는 미화원, 옷도 아무데서나 갈아입어야 하는 그들에게 “여성으로서 사생활이 있으니 고려 바란다”는 대통령 변호인의 말은 먼 나라의 일이었다.
본지 보도 이후 아파트 건축단계에서부터 경비원과 미화원 등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휴게시설이 갖춰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다행이다.
올해는 주택관리사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해이기도 하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연초,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충남도회와 천안지부 회원들이 천안시의 공동주택 감사에 대한 적발 위주, 실적주의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보다 앞서 한 달 여 전엔 불합리한 장기수선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세종시에서 열기도 했다.
또한 지난 5월 모 아파트 입대의 회장의 ‘종놈’발언이 언론을 타면서 큰 사회적 이슈가 됐다. 부당하고 불투명한 공사를 강행하려는 회장을 관리사무소장이 제지하자 회장이 막말을 퍼부은 것.
관리현장의 참담함과 격앙된 분위기 속에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즉각 해당 소장의 법적 지원에 나섰고, 서울시회 회원들은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이는 서울시 회원뿐 아니라 지방 회원들까지 동참, 46일간이나 이어지며 참가 연인원 450여 명이란 기록을 남겼다.
연초엔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의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 결과 발표가 관리업무에 대한 왜곡 과장이 심해 현장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올 여름 폭염은 가히 재앙이었다. 작은 컨테이너 박스에 갇혀 24시간을 보내는 경비원에게 에어컨은 이제 사치가 아닌 필수다. 본지뿐 아니라 많은 입주민들의 관심 덕분에 이런 정서가 보편화돼 가고 있다. 내년 여름엔 잠시 밥 먹고 쉬는 동안만이라도 전국의 모든 경비원들이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길 기대한다.
본지는 또 본래의 취지와 달리 관리업무에 대한 불신과 분란을 초래하고 있는 k-apt 관리비상태표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2016년이 암울한 소식만 가득 찼던 건 아니다. 2020년부터 주택관리사 선발예정인원제가 도입된다. 그동안 배출된 주택관리사 중 취업자가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에서 매년 쏟아져 나오는 신규 자격자 문제는 취업비리와 직결되는 커다란 적폐였다.
마지막 한 주, 연말 분위기가 없다. 국민정서가 연말 분위기에 젖을 만큼 여유롭지도 않다.
올 연말은 분노가 국민을 하나로 묶었다. 이젠 희망으로 하나가 될 때다.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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