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친구여
삶이 고단한 날엔
연등사 요사채에서
차 한 잔 들고 가시게
마른 잎 녹아나는 은은한 향을 맡고
메마른 입술 적시며
근심은 대웅전에 두고 가시게

친구여
삶이 힘겨운 날엔
청자 빛 다기의 따스함을 손에 담고
푸석해진 마음에 온기를 넣어
격정의 시간 잠시 쉬어 가시게

사방이 고요하고
찻물 또한 고요히 흐르는데
드는 이의 생각만이
쉼 없이 들고 나니
찰나조차도 숨이 가쁘네

욕심을 내리고
다툼을 내리고
기다림의 차 한 잔 들고 가시다
석등의 불 하나 밝히고 가시게

*연등사 : 거제도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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