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94>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사람은 언제 변명을 할까요? 깜냥으로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잘못 됐을 때 변명을 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적당한 선에서 용서해 줘야 하는데 변명이 통하지 않으면 용서를 구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발하거나 수동적인 자세가 돼 시키는 일만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럴 수는 없어야 하는 일이 있고 내 능력 밖의 일도 해야 합니다. 그럴 수 없으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1. 나름대로 일하면 다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나 모사재천(謀事在天)이라는 말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의미이며 ‘나름’이나 ‘깜냥’이라는 말은 각자가 가진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경력이나 자격증 등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일을 시켰는데 자기능력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 했는지 몰라도 꼭 해야 할일을 다 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관리업무에 있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善管注意義務)는 관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모든 일을 하라는 것이지 자기의 능력 범위 내에서 업무를 하면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판단력, 관찰력, 사고력이 다르므로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관리업무도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관리는 ‘나름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2. 소신이 부족하면 망친다.
말끝마다 ~~같아요 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심지어 음식 맛이 어때요? 라고 물어도 ‘맛있는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하니 누구 입에 맛있다는 것일까요? 말은 사람을 행동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성경의 ‘니 말대로 될 것이다’라는 말씀은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말도 이뤄지니 말을 삼가라는 뜻입니다. 하물며 일상생활에서 누가 의견을 내면 ‘그런 것 같아요, 아닌 것 같아요, 좋은 것 같아요’ 라며 김을 빼면 듣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도대체 저 사람은 자기생각이 있는 사람인가? 항상 남에게 묻어가는 사람인가 해 결국 시키지 않게 되고 소위 왕따를 당하게 됩니다. 물론 너무 남이 인정하지 않는 자기만의 소신이 강하면 독불장군이 돼 어울리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도 독불장군이 소신 없는 사람보다 나은 이유는 속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그럴 수는 없다.
변명을 하다가 막히면 마지막에 하는 말이 ‘그럴 수도 있지요’라는 말입니다. 사람이 일하다 보면 그렇게 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데 뭘 그리 심하게 야단을 치냐는 것이지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자기 혼자 자기 일을 할 때이지 남의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내 실패가 남에게 손해를 입히면 변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만큼 했으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일은 망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관리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입주민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괜한 트집을 잡고 갑질을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는데 그것을 견디라고 급여를 주는 것입니다. 며느리 발뒤꿈치가 달걀같이 동그랗고 예쁘다고 들볶는 시어머니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30년 동안 군인으로 근무하다가 주택관리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관리소장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문제가 생기면 불편이 없도록 빨리 해결하는 것이라고 대답을 하더군요. 아직 실무를 해보지 않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이렇게 될 때까지 무엇을 했느냐’는 질책이 돌아온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지요. 관리사무소장은 문제의 해결사가 아니라 ‘예방관리사’며 관리업무는 그럴 수도 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습니다. 챙겨볼 것이 너무 많은데 언제 다 하느냐고요?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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