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김  영  서 입주민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지난 10월에 4기 아파트 회장 선거를 치렀다. 그런데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성과 중립을 지키기는커녕 편파적으로 특정 후보의 편을 들었다.
아파트 선거운영 규정에 통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인데 통장 2명이 특정 회장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원했다. 또 임원선거 기간은 ‘10일간’으로 명시돼 있음에도 ‘14일간’으로 엿가락처럼 늘였다.
그래서 관리규약을 어기며 진행된 불법선거운동에 대해 아파트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선관위원장은 거리낌 없이 단번에 기각해버렸다. 공교롭게도 2년 전에 치른 3기 아파트 회장 선거 때도 3기 회장과 3기 선관위원장이 ‘같은 동 아래윗집’이었는데, 올 10월 아파트 회장 선거 때도 3기 감사와 4기 선관위원장이 ‘같은 동 아래윗집’이었다. 결국 3·4기 회장은 선관위원장이 끌어주고 밀어주는 후보가 당선됐다. 속된 말로 선거는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 돼버렸다.
시에서는 우리 아파트가 선거를 치르기 전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공동주택관리에 관한 감독)를 두 차례 꺼내 들었다. 당시 임원피선거권을 멋대로 제한하는 등 아파트 선관위가 횡포를 마구 부리자 마지못해 아파트 선관위에 문건을 보내 “향후 입주자대표회의 선거와 관련해 민원이 재발생할 경우에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
그런데 감독관청인 시는 막상 선거가 끝나자 ‘조치를 내리겠다는 다짐’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거듭 민원을 제기해도 조사 한번 나오지 않았다. 마냥 귀찮다는 듯이 “아파트 선관위의 판단에 따라 조치해야 할 사항”이라는 하나마나한 어정쩡한 답변을 보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적용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시의 공동주택 행정을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따져보면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해당 아파트의 관리규약을 위반했을 경우 자치단체장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음을 명확히 규정해놓은 것이다.
그런데도 감독관청인 시는 ‘엄연한 불법’을 나 몰라라 하면서 눈을 딱 감아버렸다. 아파트 선관위원장, 회장, 감사가 결탁해 관리규약을 어기고 한통속으로 부정선거를 치렀는데도 말이다.
풀뿌리민주주의의 밑바탕이 되는 아파트 선거는 불법이 횡행하는 법의 사각지대다. 아파트 회장과 선관위가 담합하면 같은 패거리끼리 지속적으로 자리를 독차지하고선 아파트를 멋대로 요리한다. 시간 들여가며 민원을 제기해도 지자체서 묵살해버리면 입주민들은 딱히 호소할 곳도 없다.
“아파트 내부 일이니 알아서들 하라”며 감독관청인 지자체가 손을 놓아버리면 국민 70%가 사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갈등과 불신은 깊어진다.
시가 공동주택관리법의 제정 취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잘 돌보고 키워나가야 할 아파트 풀뿌리민주주의는 지자체의 갈지자 행보에 시들어간다. 참으로 씁쓸하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제3자인 지자체가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아파트 내부 사정일 뿐이라며 묵살하고 방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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