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찾으면 더 좋은 강천산

김초록l승인2016.11.30 18:00:35l10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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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정혼(洗心淨魂)’ 책을 읽다 우연히 맞닥뜨린 말이다. 한자말 그대로 ‘마음을 씻고 영혼을 깨끗이 한다’는 뜻이다. 산에 들어서면 누구나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일단 자연 속에 파묻히면 자신을 옭아매었던 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다시 말해 자연과 하나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이며 스스로를 고통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그러나 그 싸움과 고통은 금세 즐거움으로 변한다. 고통을 참고 견딘 보람은 산행을 마쳤을 때 찾아온다.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즐거움인가.

 
나를 돌아보는 산 찾기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강천산(剛泉山)으로 향했다. 산세가 그다지 험하지 않지만 불쑥불쑥 솟은 기암과 암벽, 길게 이어진 계곡이 제법 산악미를 풍긴다. 더 깊이 들면 저 지리산의 한 귀퉁이를 옮겨다놓은 것처럼 웅숭깊다.
겨울 강천산은 눈꽃이 환상적이다. 눈꽃은 12월 중순부터 볼 수 있다. 나뭇가지마다 소담스런 눈꽃이 피어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뽀드득거리는 눈길은 그 감촉이 폭신하고 푸른 하늘과 맞닿은 듯한 산봉우리를 올려다보면 기개가 넘친다. 구장군폭포까지 이어지는 평탄한 산길은 눈이 녹으면 맨발 트레킹코스가 된다. 거대한 빙벽을 이룬 폭포를 지나 팔각정 옆 계단길을 허위허위 오르면 구름다리(현수교)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지상에서 50m, 양쪽에 쇠줄을 묶고 철판을 깐 다리는 아찔하다. 아니 짜릿하다. 강천산 구름다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워진 현수교다.

구름다리를 건너 신선봉(정상)에 오르면 천하를 다 가진 것처럼 마음이 탁 트인다. 강천산과 어깨를 맞댄 크고 작은 산들이 가슴 가득 안겨온다. 시간 여유가 없는 분들은 비구니들의 도량인 강천사까지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산 기운을 느낄 수 있지만 가급적 정상까지 올라가 보길 권한다. 매표소에서 강천사까지는 2㎞ 정도로 느릿느릿 걸어도 40분이면 충분하다. 강천사는 신라 진성여왕 원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등산로가 얼어붙은 한겨울엔 아이젠, 방한복 같은 등산장비를 꼭 챙겨가야 한다.
등산로는 5개 코스로 나뉜다. 그 중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매표소에서 전망대(신선봉)까지 다녀오는 왕복 2시간 거리다. 이외에도 강천사에서 구장군폭포를 지나 연대암터와 북바위를 거쳐 연대봉에 올라선 다음 송락바위를 거쳐 다시 구장군폭포로 내려오는 코스도 인기다. 강천산과 어깨를 나란히 한 산성산(山城山·603m) 정상부인 연대봉-운대봉-북바위 능선 코스는 금성산성(사적 353호)의 주요 구간으로 그림 같은 담양호도 드리워져 있어 멋진 산행을 약속해준다. 담양땅에 속하는 금성산성은 장성 입암산성, 무주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으로 꼽힌다. (강천산 관리사무소: 063-650-1672)

 

둘러보면 좋은 곳들

강천산에서 나와 순창읍내 쪽으로 내려오면 고추장마을이 나온다. 순창은 장류특구로 지정된 고장이다. 이 마을(백산리)에선 40여 명의 장류 장인들이 전통 방식으로 장을 빚는다. 오늘날 순창 고추장을 있게 한 전통마을로 이곳에서 만드는 고추장은 발효에 적합한 기후와 물, 손맛이 어우러져 아주 독특한 맛을 낸다. 고추장마을에는 체험관과 박물관, 장류연구소도 들어섰다. 순창 장류를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장류체험관에서는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은 물론 직장, 단체, 가족 단위의 체험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을 갖춰놓았다.
순창읍에서 강천산 쪽으로 가다보면 길게 늘어선 메타세쿼이아길을 만나게 된다. 측백나무과의 이 독특한 나무는 사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눈이라도 내릴 양이면 그 환상적인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사진 한 장 남겨두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순창읍에 있는 귀래정(정자)은 조선 초기의 학자인 신말주가 말년에 머물던 곳이다. 신말주는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내려와 귀래정을 짓고 시와 풍류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정자에 오르면 눈 덮인 순창읍내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조선 중기 성리학자인 하서 김인후 선생의 가르침을 계승하기 위해 지은 훈몽재(訓蒙齎)도 순창 여행코스로 추천한다. 김인후는 송강 정철, 월계 조희문 등 후학이 5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높은 학문과 인품을 자랑하던 분이다. 예절교육, 인성교육, 유학교육, 한자교육, 여성교육, 체험학습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교육생들을 위해 취사장, 세탁실, 샤워실 등도 갖춰놓았다. (이용 문의: 063-652-0076)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전봉준(1855-1895)이 관군에 의해 체포된 전봉준 장군 피체지에도 들러본다. 전봉준은 우금치 전투에서 패하고 철수하던 중 옛 부하의 배신으로 이곳 피노마을 주막에서 체포됐으며 이로써 동학농민혁명은 그 불씨가 꺼지게 됐다. 전봉군 장군이 붙잡힐 당시의 주막과 초당(草堂)이 복원돼 있고 방문객을 위한 전시관, 유적비 등이 갖춰져 있다. 

여행 팁(지역번호 063)

▲찾아가는 길=승용차: 서해안 고속도로→고창 담양 고속도로→88고속도로(담양/대구방면)→순창 나들목→순창읍→24번국도→백산리(고추장마을)→강천산. 경부고속도로(천안분기점)→논산/천안 고속도로(논산분기점)→호남고속도로 서전주 나들목→국도 27번 진입(구이 순창 방면)→순창읍→강천산. 전주, 광주, 담양, 남원에서 순창행 직행버스 수시 운행. 서울→순창행 고속버스 하루 5회 운행(3시간 30분 소요)
▲맛집=순창고추장(된장, 간장)이 들어간 한정식이 유명하다. 읍내에 새집(653-2271), 옥천골(653-1008), 청기와한정식(653-5676), 민속집(653-8880), 수라상(653-8850) 등이 있다.
▲숙박=강천산 지구나 읍내에 깨끗한 시설들이 여럿 모여 있다. 모텔붐(653-4728), 강천각모텔(652-9930), 소듐펜션(010-4662-4582), 오쏘펜션(383-1012) 등 

김 초 록  여행객원기자

 

김초록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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