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94>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병법의 전쟁에서 남을 속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병불염사(兵不厭詐)나 운동경기에서 상대방을 속이는 페이크(Fake)가 기술이듯 어떤 룰 아래에서는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능력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마키아벨리즘은 목적을 달성하면 수단은 정당화된다는 억지로서 하지 말아야 합니다.
1. 자기만의 정당성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존재감의 과시 문제입니다. 세상에 절대선(善)은 있을 수 없고 같은 행위가 어떤 나라에서는 죄가 되고 어떤 나라에서는 허용되는 경우가 있으며 처벌의 정도도 다른 것을 볼 수 있는데 결국 가해자가 피해자인 척하는 코스프레(Cosplay, 분장놀이)처럼 의욕이 지나치고 자기도취에 빠져 사회상규라는 보편성을 잃고 자기만의 정당성을 주장하게 되면 그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게 됩니다. 왜 권한을 가진 사람이 형평을 잃을까요? 세상은 너무 복잡해 모든 것을 법으로 정할 수 없고 권한 있는 사람에게 선택권을 줬기 때문입니다. 즉 선택이 있는 한 절대평등은 없는 것이며 관리업무는 선택의 연속이니 규제도 많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2. 繁文縟禮(Red Tape)도 참아야 하나.
번문욕례라는 말은 형식과 절차에 얽매어 본질을 놓치고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 규제하는 폐해를 지적하는 용어로서 관료들의 극단적인 보신행위로 규제 만능주의가 발생한 것이지요. 규제하고 처벌하면 일단 누구를 봐줬다는 말은 안 들으니까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부터 규제개혁위원회가 미리 심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행정규제기본법에 의한 규제영향분석이 현실성이 없거나 탁상에서 일부 현상만을 침소봉대해 규제를 만드는 경우 당하는 입장에서는 갑갑한 것이지요. 매사를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면 국가적 낭비이고 일단 처벌대상이 된 것만으로 찍힌 낙인은 어떻게 지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잘못된 규제도 참을 수밖에 없는 일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어떤 도에서는 준칙대로 관리규약을 개정하지 않으면 감사대상이 되고 신고를 반려하라는 공문을 보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감사를 받으면 본질이 아닌 사소한 것도 지적하니 억울해도 참고 시·군·구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공무원과 주택관리사 중 누가 관리의 전문가인지 알 수 없습니다.
3. 목적이 정당해도 수단이 위법하면 불법행위다.
프랑스의 정치가인 토크빌은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헌법 개정 사례를 보면 1954년 4사5입 개헌은 203명 중 135명의 국회의원이 찬성한 것은 수학적 계산으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것이라고 통과됐고, 1969년 3선개헌(三選改憲)은 국회 별관에서 개헌안이 통과됐으며 1972년의 유신헌법은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등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아픈 역사를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아파트 관리에 새로운 법령이 만들어지고 관리규약을 개정해 마무리를 하는 단계입니다. 관리규약은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가 찬성해 만드는 것이니 전국의 17개 시·도지사가 만든 관리규약 준칙을 다 참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그 아파트의 특성을 고려해 개정안을 제안하고 입주민들은 내용을 잘 확인하고 찬성하거나 반대를 해야 합니다. 입주민에게 개정내용을 충분히 알리고 찬성을 얻는다면 행정기관이 개입할 여지는 없어지는 것입니다. 일부 시도에서 법리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의 준칙을 만들고 준칙대로 하라고 강요하고 감사하겠다고 윽박지르는 마키아벨리즘을 어찌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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