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라는 이유로 선거 하자 치유될 수 없다”


 

 

서울동부지법

1,500가구가 넘는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선거와 관련해 종전처럼 관행대로 해오다가 분쟁이 야기됐다. 지난 4월 치러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보궐선거에는 동대표 A씨와 B씨가 회장 후보로 출마, 총 711표 중 A씨가 351표, B씨가 355표를 득표했고 5표의 무효표가 나왔다. 문제는 투표 당시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투표인 수와 투표용지의 수가 달랐다. 투표용지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다득표자인 B씨를 회장 당선인으로 공고했다. 선관위는 개표 전 선거인명부상 투표인 수와 투표용지 수가 다르더라도 개표를 하기로 합의했으며, 이전에도 이러한 관행이 있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14부(재판장 박창렬 부장판사)는 최근 동대표 A씨가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회장 보궐선거 무효확인 소송에서 ‘회장 보궐선거는 무효’라며 동대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입대의는 선거인 명부에 서명한 투표자 수와 투표용지의 수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차이가 나는 이유와 차이가 나는 투표자 수를 명백하게 밝히지 못했다.
또한 투표용지는 사전에 투표자들에게 배부됐는데 선거인이 아닌 자가 투표에 참여하거나 1인의 선거인이 2장 이상의 투표용지로 투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A씨와 B씨의 득표수 차이가 4표에 불과한 선거결과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라고 판단한 것.
더욱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투표장소와 투표함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데 아파트 경비원들을 통해 투표장소와 투표함을 관리했을 뿐 별도로 투표소에 투표참관인을 두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경비원이 본래 업무를 위해 자리를 비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입대의 측은 개표 전에 선거관리위원 전원이 선거인 명부에 서명한 투표인 수와 실제 투표자 수가 다르더라도 득표수를 집계하기로 합의하고 개표했기에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합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A씨와 B씨가 선관위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고 선관위 결정만으로 이 같은 선거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관행이었다는 입대의 측 주장에 대해서도 선거인 명부에 서명한 투표인 수와 실제 투표자 수가 일치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으나 모두 다수를 득표한 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관행이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 확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설령 그러한 관행이 있었더라도 아파트 입주민의 자치기구인 입대의를 공정한 선거를 통해 구성, 운영하도록 한 구 주택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관행이라는 이유로 선거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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