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기행

이성영l승인2016.11.23 18:00:11l수정2016.11.28 09:39l10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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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조대


수도권에서 한 시간 반 남짓한 여행길은 늘 따뜻해진다. 강이 흐르고 바다가 있고 산이 있으며 넓은 들판이 있는 섬. 그곳엔 동막리 수만평 갯벌과 길상리 너른 들판을 마음에 사 두었다는 함민복 시인의 가난한 삶을 희망으로 채우는 마음 풍족한 일상들이 있다.
할머니와 아낙들이 어울린 장풍경은 초라하거나 거하지도 떠들썩하지도 않으니 강화의 장은 인심 좋은 사람 사는 맛이다. 마음 호젓한 날이나 주말에 잠자다 일어나 훌쩍 떠난 날이어도 마음이 풍족해져 좋다. 물이 빠진 갯벌은 작은 섬들과 연결돼 반짝이는 햇빛도 잡아둔다. 서해 바다의 풍경이다.
봄이면 고려산뿐 아니라 혈구산·마니산 기슭으로도 진달래가 많아 연분홍 꽃들로 먼저 봄을 알린다. 가을이면 넓은 황금 들판과 하얀 물억새는 서해의 어장과 더불어 마음 가득 풍성해진다. 사시사철 계절의 특색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섬이다.

 

▲ 가을 적석사


바다! 붉은 연꽃으로 다시 피다.

강화에는 이름난 사찰이 많다.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인 석모도의 보문사가 있고 조계사의 말사인 전등사가 있다.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우거진 자연숲 길을 오르면 노란 상사화 가득한 아담한 정수사가 마니산 기슭에 있다. 고려산에는 다섯 빛깔의 연꽃들이 만들어 낸 절들이 있으니 그 길을 따라 문화와 자연을 음미함도 좋은 여행길이다.
장수왕 4년(416년) 천축국(인도)에서 온 승려가 강화도로 건너와 절터를 찾았다. 어느 날 염불을 외다 잠이 들자 꿈속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산 정상에 올라가 보라고 했다. 산 정상에 오르니 산 위에 연못이 있었고, 그 속에는 다섯 빛깔의 연꽃이 피어있었다. 고승은 각기 다른 다섯 빛깔의 연꽃잎을 날려 보냈다. 그리고 연꽃잎이 떨어진 곳에 절을 세웠다. 그렇게 꽃잎 색깔에 따라 백련사, 청련사, 적련사, 황련사, 흑련사가 탄생했다. 이 다섯 절이 있어 산 이름을 오련산이라 불렀다.
오련산이 고려산으로 바뀐 것은 고려 고종 19년(1232) 고려가 강화도로 천도하면서다. 지금은 고려산 주변에 청련사와 백련사 그리고 적련사만 남아있다. 붉은 연꽃잎이 떨어진 적련사(赤蓮寺)는 이후에 적석사로 바뀌었다. 오련산에 불이 자주 나서 불을 연상시키는 적(赤)자를 지우고 쌓을 적(積)으로 고쳐 적석사(積石寺)로 바꿔 불렀다.
“잠깐 눈을 감고 숨을 쉽니다. / 살며시 눈을 뜨고 앞을 봅니다. / 귀를 열고 들어 봅니다. / 손을 들어 만져봅니다. 느껴지네요. 내가 모두와 연결되어있음이” 세상을 보는 마음의 이치다.
찻집 분위기 같은 길목. 푯말의 글귀 마냥 오른발 왼발 천천히 걷다보면 하얀 연꽃이 떨어졌다는 백련사다. 비구니 사찰로 차향이 그윽하고 아담한 절이다. 국화리 저수지를 지나 작은 마을 담장을 따라 오르면 700년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아늑하게 들어선 오랜 절집을 감싸 안으니 푸른 연꽃이 떨어졌다는 청련사다. 고려산 등산로의 이정표 역할도 하며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적석사는 강화읍에서 고려산과 혈구산 사이 고비고개를 넘어 작은 마을의 농로를 따라 가파른 산길을 굽이굽이 오른다. 굴뚝에 하얀 연기 몽실 피어오를 것 같은 찻집이 먼저 반긴다. 법당 앞의 느티나무 두 그루는 부부목이다. 느티나무 그늘의 얕은 담장은 마을이며 논과 밭, 수평으로 보이는 산의 그림자까지 보여준다. 겨울의 눈 내리는 풍경은 조용한 산사에서 맞는 또 다른 풍경이다.
적석사 종각 옆 작은 돌계단들을 따라 오르면 고려산 낙조대가 있다. 해수관음보살이 동해 정동진의 반대 방향인 정서진의 자리에 서서  내가저수지와 서해바다를 바라본다. 외포리 바다와 석모도. 해명산의 산세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해가 떨어지는 낙조대의 일몰은 바다에 붉은 연꽃으로 피어나니 강화 팔경 중에 최고로 꼽히는 풍경이다. 낙조대에서 20여 분을 오르면 낙조봉이 있어 강화의 넓은 뜰과 서해바다를 조망한다.

▲ 눈 내리는 적석사

겨울에 김포 문수산에 오르면 얼음 덩어리인 하얀 띠들이 강물을 타고 거꾸로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을 본다. 밀물 때 일어나는 바닷물의 역류현상으로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강화도 부근을 지나며 바닷물과 합쳐지며 생긴 현상이다. 지역 사람들은 그곳을 염화강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섬 중에서 강화도는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원래는 김포반도의 일부였으나 오랜 침식작용으로 육지에서 구릉성 섬으로 떨어져 나온지라 육지의 특성을 갖고 있는 유일한 섬이다. 섬의 남쪽에는 제일 높은 마니산(469m)이 있는데, 화강 편마암의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암릉의 기암들이 제단을 이루듯 차곡차곡 쌓여 있으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참성단(塹星壇)이 정상에 있다. 그 외에 중서부의 진강산(441m)과 중북부의 고려산(436m) 등을 비롯해 낙조봉(343m)·혈구산(466m)·별립산(400m) 등 여러 산이 있다. 본섬의 주변으로 석모도, 주문도, 교동도 등이 있고 군사,
 문화적으로 한반도의 중추적인 섬이다. 광성보, 초지진 등은 예부터 군사 요충지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크며 보문사 전등사 적석사 등과 함께 강화팔경에 들어간다. 바다와 갯벌·산·강·평야의 풍경들과 더불어 부근리 지석묘 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니 가는 곳곳 사람과 함께하는 문화와 풍경을 본다.


이 성 영  여행객원기자
laddersy@hanmail.net


 

이성영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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