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93>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요즈음은 잘 쓰지 않지만 쌀 등 곡식을 구입할 때는 ‘쌀을 팔다’로, 처분할 때는 ‘쌀을 사다’로 반어법으로 표현합니다. 농경사회에서 ‘사다’는 가진 것(쌀)을 팔아 돈을 사오는 것을, ‘팔다’는 돈을 팔아 쌀과 바꿔 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내가 가진 유일한 것을 필요한 것과 바꾸는 것을 ‘사다’와 ‘팔다’로 본다면 나는 무엇을 주고 무엇을 가져오는가요?
1. 남보다 나은 무엇이 있는가?
능력보다 욕심이 많거나. 나는 절대 옳다는 집착이나, 다름을 틀렸다고 하는 오만은 사람을 추하게 만들고, 지식과 지혜 그리고 판단력과 추진력이 부족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아는 것이 없으면 슬기롭지 못하고 아무리 많은 자료가 있어도 다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단하고 선택해 추진하지 못하면 쓰레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어려운 것이지요. 관리사무소장도 내가 남들보다 잘하기 때문에 관리사무소장이 된 것인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내가 하고 있는지, 남보다 못한데도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나는 남보다 나은 무엇을 갖고 있는지 돌아 볼 때입니다. 2016년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이 끝났습니다.
2. 팔 수 있는 것은 불변가치가 있어야 한다.
정치의 승자독식(勝者獨食. Winner takes all) 논리인 엽관제(獵官制. Spoil system)란 대통령 선거의 승자가 공직을 사냥의 전리품처럼 자기편에게 나눠 주는 제도인데, 내편이라는 이유로 능력에 무관하게 공무원을 자기사람으로 교체하니 무능한 사람이 임명되고 임기제의 한계로 부패가 발생해 그 폐해를 막기 위해 직업공무원제도와 정년보장 제도가 생기게 됐습니다. 물론 어느 나라나 당선자와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을 일부는 엽관제로 임명하고 있습니다. 일반직 공무원은 단 한 번의 시험을 통해 임용된 후에는 승진시험이 없어 승진이나 좋은 보직을 받으려면 선거로 당선되는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니 신분과 정년을 보장받으면서도 선거 때마다 공무원의 선거개입 문제가 나오고 법과 원칙보다 보신에 급급하며 능력평가제 도입을 결사반대 하고 있습니다. 위탁관리계약에 의해 임명된 관리사무소장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그동안의 업적과 능력을 재계약이라는 방법으로 재평가하니 안정된 고용을 얻기 위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어려운 것이지요.
3. 욕심과 농사는 매년 짓는 것입니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게 있습니다. 성경에도 욕심이 잉태한 즉 사망을 낳고~~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건전한 욕심은 삶의 원동력이 되지만 무능한 욕심은 패가망신을 당합니다. 어떤 도의 관리규약 준칙을 보면 경비원 퇴직금을 용역사업자에게 주지 말고 아파트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퇴직금을 줄 때 지급하라고 하면서 1년 미만을 근무한 단지에서도 적립한 퇴직금을 받으라고 지침을 시달했습니다. 그러나 주지 않아도 되는 퇴직금을 준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에게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당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의한 퇴직연금 가입을 원천봉쇄하는 위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노무사가 괜찮다고 했다고 답변하다가 노무사 말을 듣고 공무를 처리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합니다. 공동주택 관리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이 너무 자주 바뀝니다. 민원이 많고 어려워 업무를 기피하면서도 관리업무에 대한 이해와 공부는 깊이 있게 하지 않고 감독권만 휘두르려 하며 시시콜콜한 것까지 과태료로 해결하려는 모양도 우습습니다. 공무원 중에는 행정직 외에 건축직, 토목직, 전산직, 세무직 등 전문직군이 있는데 이제 공직에도 전문적인 ‘관리직군’을 신설해야 하는 것일까요?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