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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현실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젊은 부부들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 전체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 모두의 미래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비교대상 국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낮고, 교육·취업·결혼 등 자녀를 제대로 양육해 독립시키기까지 부모가 겪어야 할 어려움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렵다.
그 중 특히 영유아보육의 문제는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힘겹게 임신과 출산을 거친 부모들이 제일 먼저 현실의 두터운 벽에 부딪히는 단계가 영유아보육인데,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간혹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 사건이 뉴스라도 타게 되면 부모들은 혹시나 하는 의구심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부모들은 국공립어린이집을 우선적으로 찾지만 2015년 말 기준으로 전체 어린이집 중 국공립어린이집은 5%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정도로는 취약계층 아동에게 우선권을 주는 국공립어린이집에 우리 아이를 보내고자 하는 희망은 로또의 확률로 수렴된다.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예산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어린이집 운영비·인건비에 더해 부지매입, 건축 등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충당할 방법이 없다.
반면 신규 공동주택이 공급될 때마다 어린이집 공간이 함께 마련된다.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는 어린이집을 의무 건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확보되는 공동주택의 어린이집은, 그러나 대부분 민간어린이집으로 운영된다. 영유아보육법 및 그 시행령이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우선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집 시설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 또는 무상 임대할 경우 국공립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도록 개정이 이뤄졌음에도 말이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 국공립어린이집이 생겨도 우리 자녀를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간어린이집을 유치하면 임대료를 받는 만큼 관리비라도 절감할 수 있건만 국공립어린이집을 유치하면 내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고 남의 집 아이들만 혜택을 주는 꼴이다.
지난해 9월 공동주택 어린이집 시설의 기부채납이나 무상임대를 통해 국공립어린이집이 운영될 경우 해당 공동주택 거주자의 자녀들에게 우선 입소의 혜택이 부여되도록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의 개정이 이뤄졌다.
이에 발맞춰 인천시 부평구, 서울시 중랑구 등의 기초자치단체뿐 아니라 서울시와 인천시 등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사업주체나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어린이집 시설의 기부채납 또는 무상임대를 받아 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는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공립어린이집 1개소를 확충하는데 소요되는 10~2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영유아가 있는 입주자들 또한 단지 내에 공립어린이집이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더해 자치단체들은 학부모 참여형 보육모델의 개발, 보육서비스 시간제 이용요금의 도입 등 여타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 운영에도 참고가 될 모범사례를 만들고자 애를 쓰는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흐름은 더욱 확대되고 활성화되리라 기대된다. 영유아 양육과 관련 없는 입주자들도 관리비 몇 푼 절감되는 것 보다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 놀 수 있는 어린이집이 들어선다는 것과 그로 인해 젊은 부부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라는 평판이 생기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시급한 욕심이랄 수도 있겠지만 공동주택에 국공립어린이집의 설치를 더욱 강화하는 후속조치가 검토돼야 한다. 어린이집 정원 제한으로 입주자 자녀의 일부가 입소하지 못하는 문제의 해소를 위해 사업 초기 국공립어린이집의 유치를 우선 확정하고 이를 입주자모집 공고 시에 명시해 정원을 신축적으로 허용하는 방안, 사업계획 확정단계에서 국공립어린이집 설치공사를 하게 되므로 기부채납하는 만큼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취·등록세를 감면하는 방안 등을 심도 깊게 논의해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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