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위기의 관리사무소 ‘벼랑 끝에 선 사람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과 사망 그리고 연속되는 자살
저임금, 고용 불안정성, 모멸감, 직업에 대한 자긍심도 잃어
김창의 기자l승인2016.11.09 18:00:41l수정2016.11.15 10:32l10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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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동대표의 일과는 관리사무소장의 출근을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소장이 정시에 출근을 했는지 관리사무소에 나타나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관리사무소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면 전화로 직원에게 소장의 출근 시간을 묻는다.
오전에는 무슨 업무를 했는지 점심을 먹고 언제 들어왔는지 오후에는 뭘 했는지 단지 순찰은 했는지 묻는다. 지자체에서 이런 사업을 하는데 우리 아파트는 안하고 뭘 하는가. 수목 소독을 했는데 병해충이 많다. 잎이 상한 것 같다. 업체에서 질 낮은 소독약을 쓴 건 아닌가. 소장하고 업체하고 아는 사이인가.
관리소장은 의심이 받기 싫어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는 공사도 공개경쟁입찰에 부친다. 그러면 A씨는 “소장이 일을 스스로 만들고 있네”라고 핀잔을 준다.
입주자대표회의 정기회의는 저녁 8시에 시작되지만 시간외 수당은 없다. A씨가 고용노동부 유권해석을 갖고 나타나 관리자에게는 시간외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소장은 대응하는 것 자체를 그만뒀다.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도장공사도 입찰공고문 트집을 잡아 두 차례나 수정하고 한 차례 유찰을 시켰다. 세부 배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소장이 아파트에 애정이 없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속에서 신물이 왈칵 역류하는 게 느껴졌다. 침착하게 마음을 추스르고 ‘배점표는 입주민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해서요’라고 했지만 A씨는 관리사무소의 집기를 발로 차면서 “네가 나를 가르치려 드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공사 후에도 A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5억짜리 공사를 했으니 소장이 2,000만원은 족히 챙겼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검찰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증거만 잡히면 콩밥을 먹이겠다면서.
관리소장은 이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수차례 퇴직을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니 실행에 옮길 수가 없었다. 자식들은 아직 독립하지 않았고 매달 생활비를 드리는 노모도 있다. 노후를 대비해 모아놓은 돈도 거의 없다. 생계라는 것의 무게는 그림자처럼 견고했다.
관리소장이 쓰러진 것은 그날 저녁 9시경이었다. 오후부터 머리가 유난히 아팠지만 근무시간에 병원에 갈 수 없어 6시에 퇴근했다. 퇴근하자 조금 나아져 오늘만 지켜보자 하고 집으로 왔다. 좀 나아지나 싶어 소파에 기대 TV를 켜는 순간 팔걸이 쪽으로 ‘쿵’ 소리와 함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아내가 급히 구급차를 불렀지만 그는 두 번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비인격적 대우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B씨는 지난 2014년 10월 7일 오전 9시경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이 광경을 본 입주민이 급히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껐지만 B씨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만다. 6,000장이 넘는 피부이식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머무르던 B씨는 결국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한 달 가량 고통받다 끝내 숨진다. 죽음을 앞둔 그는 가족에게 “경비원이라고…무시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민 C씨는 그를 불러 자신의 집 음식물쓰레기를 가져다 버리라고 시키고 “이 XX 청소 똑바로 안 할 거야?”라고 욕설을 일삼았다. 5층에서 먹다 남은 과자를 던지며 주워 먹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B씨는 심한 모멸감을 느꼈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정신과 치료와 우울증 약까지 복용했다. 당장 그만 두고 싶었지만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어 그만 둘 수는 없었다.
다른 경비원 C씨는 30대 입주민에게 “당신들은 최하급 노예직종에 있는 경비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명절이 지나고 상해 가는 나물을 먹으라고 준 사람도 있었다.
C씨는 “그래도 웃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알았다고 대답하지 않으면 그걸로 시비를 거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의문의 유서, 그리고 승강기

지난 5월 경기 의정부시의 D관리소장은 어머니의 산소가 있는 야산에서 나무에 목을 매 숨졌다. 유서에는 승강기 공사와 관련한 부담감과 약속을 지키지 않은 공사 관련자들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D소장이 근무하던 아파트는 승강기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지난해부터 3차례나 유찰을 겪는 등  부침을 겪었다.

D소장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입대의 회장과 특정 입주민은 유족에게 D소장이 자살한 원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면서 불러내 유서를 보자고 했다.
유서를 확인한 이들은 이내 태도를 바꿨다. 연락을 받지 않거나 중언부언했고 취재에 협조하겠다던 D소장 소속 위탁회사 사장도 재계약을 앞두고 부담스럽다며 취재를 거절했다. D소장은 근 1년간 휴대전화와 소형녹음기에 승강기 공사와 관련한 대화를 은밀히 녹음해 두며 자살의 동기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하지만 경찰은 “유족이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으면 처벌은 어렵다”며 신병비관에 의한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다.
손녀들에게 내가 자살했다는 건 알리지 말아달라는 유서를 남기면서도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제 영원한 미궁에 빠졌다. 

 

저임금, 사라진 퇴직금 

600가구 아파트에 근무하는 미화원 E씨의 월급은 102만원이다. 평일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토요일은 8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주 6일 근무한다.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도보로 출근하기 때문에 E씨는 7시경 집을 나선다.
94년에 준공한 아파트는 미화원 휴게실이 없다. 입대의 회장은 회의실에서 식사를 하라고 했지만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도 정수기에서 온수를 받는 일도 눈치가 보인다.
매서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E씨는 “괜찮다. 움직이면 춥지 않다”며 "일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E씨는 실제 나이(66세) 보다 호적상 나이(63세)가 적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회사는 “연세가 너무 많은 분들이 청소를 하는 걸 입주민들이 불편해 한다”며 65세 이상 미화원들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떠나는 미화원들에게 회사는 근로계약상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늘어놓으며 참치 통조림과 5만원을 작별 선물로 건넸다. 퇴직금이 왜 없는지 E씨는 알지 못했다. 
  


소장의 입지

1,200가구 규모의 아파트에 근무하는 F관리소장은 올해 3월 주택관리업자 재계약에 실패했다. 입대의 회장이 기존 관리회사와 재계약을 거절하며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했고 결국 관리회사가 바뀌었다. 관리회사와 소장이 함께 바뀌는 일이 보편적이지만 F소장은 교체되지 않았다. 회장이 소장과 같이 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관리회사는 F소장을 “자기만 살겠다고…”라며 비난했다.
G소장은 경비용역 입찰에서 관리회사의 자회사가 낙찰을 받도록 동대표들을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회장이 “소장 입장도 잘 알지만 이번엔 이 회사로 가자”며 업체를 물고 들어왔다. 회장은 “다다음달에 청소 있잖아 그때 하자고”라고 했지만 몇 달 후 진행된 미화용역 입찰에서도 회장이 업체를 데리고 와 계약을 따냈다. G소장은 관리회사로부터 ‘참 무능한 소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뇌졸중, 그리고 산재 포기

3년 전 경기 북부에서 가장 시끄러운 아파트로 꼽히던 H아파트. 세 사람의 입주민이 800가구를 좌지우지 하며 아파트는 고소와 고발이 난무했다. 관리회사의 요청으로 이곳에 부임한 김모 소장은 부임 직후부터 시청과 경찰서를 매주 2~3차례 오가야만 했다. 입주민들은 상당시간 동안 어느 편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지 못했다. 분열을 획책하는 이들에 휘둘리던 입주민들은 김 소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폭언과 물리력 행사, 협박, 얽히고설킨 소송들 속에서 그는 몇 차례 몸의 이상을 느꼈으나 크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책임감이 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천천히 누적돼 갔다. 3년의 싸움을 마치고 아파트는 안정화됐지만 몇 달 후 김 소장은 근무 중 쓰러졌다. 그의 나이 41살에.
지난해 7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 소장은 발병 직후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3개월, 6개월, 1년이 지나도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중추신경과 운동신경에 마비가 왔다. 말초신경 말단까지 신경이 죽어버린 것이다. 
김 소장은 담당의로부터 완치는 사실상 어렵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 2학년인 아이들을 더 이상 안아줄 수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깝다. “물건도 들 수가 없다 고작 6~7살 정도의 힘 밖에 없어서… 남겨진 사람들에게 내가 짐이 된다는 게 가장 부담스럽다”고 그는 말했다.
김 소장은 주택관리사 동료들에게 “부디 자기 몸을 돌보라”고 전했다.
김 소장은 산재 신청을 하지 않고 자비로 치료를 받고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뇌혈관 질환은 낮은 확률이지만 산재 승인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노무사와 산재 신청을 준비하던 김 소장은 신청을 포기했다. 함께 일하던 관리직원들에게 증언을 해달라고 말을 꺼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마 당신의 일자리를 걸고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고용불안이 부른 악순환

부당한 대우, 열악한 처우 그리고 위법에 대한 강요와 묵인, 아파트 관리종사자는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겁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통용되고 고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신 아니어도 일할 사람은 많다. 내 말을 듣지 않을 거면 그만둬라” 라는 말이 너무 쉽게 나오고 이를 방증하듯 너무 많은 종사자들이 직업을 잃고 있다. 연구기관의 보고서에 의하면 관리소장의 평균 임기는 1년에 불과하다.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상당수의 아파트에서 관리직원 감축에 나서며 관리종사자들이 받는 정신적 압박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한정된 아파트와 일자리는 점점 더 축소되는데 반해 취업을 원하는 근로자는 매년 대폭 증가하고 있다. 190만원짜리 의무관리 아파트 관리소장이 생겨나고 취업을 위해 금품을 공여하는 일이 흔해진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용의 키를 쥐고 있는 입대의, 관리회사 앞에서 공정함을 관철하려는 관리종사자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장에 만연한 폭언과 폭행, 비인격적 대우, 고소고발, 저임금, 직업적 불안정성 그리고 켜켜이 쌓여버린 불신으로 인해 관리종사자들은 직업적 자긍심도 잃어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정상화 시켜야 할 비정상의 존재,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인기 영합을 위한 희생양.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는 곳. 그래서 열악한 처우와 부당함을 견뎌야 하는 삶. 그것이 관리종사자의 현주소다. 
 

 

김창의 기자  kimc@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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