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용 칼럼


류 기 용 명예회장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생떼 민원’ ‘병풍 증인’ ‘파행 난무’ ‘자료 갑질’ 등 고질병을 버리지 못해 국감 모니터단으로부터 ‘F학점’을 받은 가운데 지난달 14일 끝난 국토위 국감은 예년과 달리 ‘3무(고성·파행·민원)국감’으로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동안 과도한 낙하산 인사와 방만경영으로 물의를 빚어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및 주택관리공단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국토위 국감에 대한 호평이 무색해진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에 따르면 LH가 관리하는 864개 단지 가운데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한 단지는 359개 단지(41.6%)뿐이고 주택관리공단이 관리하는 공공임대아파트도 전체 306개 단지 가운데 61개 단지(20%)만 대표회의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요 누워서 떡먹기에 손도 안대고 코 푸는 격이다. 또 LH 아파트의 부적격 입주자가 해마다 증가해 지난 3년간 2만5,777건이 적발됐는가 하면 LH가 관리하는 임대주택에서는 2012년 이후 396건의 불법 전대가 이뤄지는 등 위법·탈법 행위도 끊이질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LH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가 2011년 이후 최근 6년 동안 총 7만923건에 이르는 데다 하자보수조차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지난 7월 초 감사원이 공개한 ‘건설자재 품질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LH가 시행하는 전국 8개 아파트 건설 공사현장에 납품된 23개 벽지 접착제에 대한 표본 검사 결과 26.1%인 6개 벽지와 접착제(4개 공사현장)에서 많게는 기준치를 14.6%나 초과하는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이 방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호흡기 자극뿐만 아니라 피로감, 메스꺼움, 집중력 감퇴 등 새집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독성 물질이다.
또한 문제가 되고 있는 6개 벽지 가운데 2개(타일 접착제)는 법적 기준치를 초과하는 실내 공기 오염물질을 배출한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한편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은 지하저수조가 있는 전국 538개 LH 임대아파트 단지 가운데 70%인 378개 단지에서 녹이 발생해 입주민 약 30만명이 이 녹물을 마셔왔다고 주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회 공공의 복지 증진을 위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LH에서 불량자재·부실시공도 모자라 하자 부실, 부정 입주, 불법 전대 등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LH가 낳은 희대의 ‘갑(甲)질 끝판왕’에 비하면 이 정도는 얘깃거리도 아니다.
지난달 4일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 세종특별본부 소속의 안모(53) 부장(3급)은 지난해 초부터 LH에서 시공하는 주택 조경업체나 조경용 시설물 업체, 비료 납품 업체를 가리지 않고 사적인 청탁과 함께 식사와 골프 접대, 선물 등 각종 향응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그의 비위 행위를 처음 포착한 곳은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실이었다.
안씨는 지난해 7월, 평소 알고 지내던 조경업체 대표 B씨에게 정원 축대 공사를 의뢰했다. 굴삭기 1대와 인부 1명, 자재들을 제공해 무려 22일 동안 진행된 2,000만원이 넘는 공사에 대가가 없었음은 물론이다. 공직복무관실의 요구에 따라 LH 측이 자체 감사를 벌인 결과 드러난 안씨의 갑질은 가히 엽기적이다. 그는 2009년 당시 LH가 경기 판교에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분양가격이 낮다는 점을 알아채고 모친 명의로 2억8,000만원에 분양권을 사들였다. LH 임직원 행동 강령에 위배되는 것이지만 나중에 일반 분양이 될 경우의 막대한 시세 차익을 노린 것이다. 안씨는 또 지난해 2~6월에는 부하 직원들과 대전의 스크린 골프장에서 34차례나 도박성 내기 골프를 벌이고 딴 돈 160만원을 고스란히 통장에 넣는가 하면 지난해 10월에는 LH 세종특별본부가 시공하는 아파트 조경 공사에 의자와 테이블 등을 납품하는 A씨에게는 정원용 탁자와 원목의자, 파라솔 등 170만원 상당의 물품을 자신의 집으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을(乙)’의 입장에서는 찍 소리도 내지 못하고 응할 수밖에 없었다. 안씨의 기발한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조카를 A씨 회사에 취직시켜 달라는 청탁으로까지 이어졌다.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조카를 ‘조경 디자이너’로 채용했다. 이에 정 의원은 “LH 직원이 저지를 수 있는 업무 비리의 종합판”이라며 개탄했다.
LH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케 하는 2016년 국토위 국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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