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夏 林/안  병  석


큰길에서 작은 길로 들어서는 건 금방이다
흰 김 나는 순댓집도 문을 닫을 즈음
암퇘지 앞발, 삶은 족발들이 왕 솥뚜껑에
삼족 오족 쌓여 있다.

흉흉한 허기는 눈이 먼저 빛나서
어릴 적 어머니 뒷간 옆 나이 든 씨돼지 울과
세상에서 가장 주린 내 배를 생각한다

순이 허리 껴안듯 보듬어 살던
그래 너무 좋다 살구나무라는 말
-살구나무 족발집

턱수염 검은 주인 아저씨와
사람 그리운 소주 몇 순배
마른 댓잎 우물물은 푸르러서
두레박, 줄을 늘여 민들레 풀씨로 산 이야기들
길과 길 사이 누구든 팽팽히 줄로 이어진
매듭 하나 몸 붙인 홀씨 아닌가

족 뼈는 흰 니 보다 단단하나
입안에 씹히는 살점은 쫄깃해서
자정을 넘기고도 빈 잔이 고프다
살구 살 발라내듯 척척 발라내는 붉은 살
달무리 저무는 살구나무 족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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