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빅데이터 유감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주택관리연구부

▲ <그림 1> 경기도 지역별 공동주택 평균 관리비(원/㎡)
▲ <그림 2> 경기도 지역별 평균 공용관리비와 개별사용료(원/㎡)
▲ <그림 3> 경기도 지역별 평균 일반관리비와 급탕비(원/㎡)
▲ <그림 4> 경기도 관리비 세부 항목 간 상관관계


최근 몇 년 전부터 ‘빅데이터’라는 말이 화두가 되더니 올해에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전을 기화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등의 용어가 유행어처럼 사회 전반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이후 공공부문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려고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자치부는 2015년 12월 ‘공공분야 빅데이터 분석사업’ 성과를 크게 발표한 바 있다. 빅데이터 기반의 똑똑한 행정을 추진하겠다며 행정자치부는 4개의 우수 사례를 소개했다. 지방자치단체 갈등 이슈 선제대응(행정자치부), 근로감독 사업장 선정 과학화(고용노동부), 지역관광 활성화(전주시) 그리고 공동주택 관리비 투명성 제고(국토교통부-경기도 공동 추진) 사례가 그것이었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추진한 공동주택 관리비 사례는 관리비 부과의 효율성이나 투명성을 제고한다거나 관리비 항목별 절감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관리비 부조리 사례 적발, 입찰 비리 근절 등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둬 아쉬운 감이 들었다.
경기도는 이듬해인 2016년 1월에 ‘아파트 관리 비리? 경기도는 빅데이터로 잡는다’라는 제목 하에 또 한번의 빅데이터 분석 성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관리비 자체의 내재적 분석(inherent analysis)을 통한 절감 방안이나 우수 실적을 보인 아파트 단지를 선정하기보다는 공동주택 부조리 분석모델을 개발했다면서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경기도는 2016년 9월에도 공동주택 관리비 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이와 유사한 보도자료를 재차 발표한 바 있다. 경기도와 같은 공공부문은 관리비 데이터를 포함해 각종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다. 경기도는 이러한 높은 데이터 접근성을 활용해 공동주택 관리비의 형성 요인, 지역별 이질성 발생 원인, 세부 항목별 절감 방안 등 이해관계자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길 기대한다. 비리 등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림 1>의 좌측은 경기도가 지난 2016년 1월에 배포한 보도자료의 ‘경기도 지역별 공동주택 평균 관리비(원/㎡)’다. 우측은 한국주택관리연구원에서 어렵게 개방 데이터를 수집해(k-apt 등에서 수집) 다시 제작한 평균 관리비 지도다. 경기도의 분석기간이 2014. 7.~ 2015. 6.까지의 1년간이었기에 이러한 패턴이 지속되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주택관리연구원에서는 2015. 7.~ 2016. 6.까지의 1년을 분석했다.
시각적 비교가 용이하도록 범례의 색상이나 단계별 채색도 등은 경기도 발표자료와 유사하게 처리했다. 전체적인 관리비 단가는 양쪽 모두 성남시, 안양시 등 서울시 남측에 인접한 시·군·구 또는 서울시와 근접해 위치한 시·군·구가 높게 나타나는 등 분포 패턴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관리비가 47개 항목 등 매우 복잡다기한 항목으로 구성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경기도는 앞의 그림처럼 전체적인 관리비 단가를 제시하는데 그쳤다. 관리비는 크게 공용관리비와 개별사용료로 나뉜다. 공용관리비는 아파트 단지의 공용부분을 관리하기 위해 소요되는 인건비, 경비비, 청소비 등을 의미하며 개별사용료는 각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료, 급탕비 등의 항목을 지칭한다. 앞에 그림의 우측을 다시 공용관리비와 개별사용료로 나눠 지도로 제시하면 <그림 2>와 같다.
<그림 2>를 보면 전체적인 관리비<그림 1>과 유사한 분포 패턴을 보이는 것은 개별사용료다. 즉 두 가지 항목 모두 서울시를 중심으로 이와 인접한 시·군·구가 비교적 높은 단가를 보이고 있다. 반면 공용관리비는 경기도 동쪽의 외곽 지역(가평군, 양평군, 이천시)이 높게 나타나 전체적인 관리비 및 개별사용료 패턴과 반대의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공용관리비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일반관리비이며, 이러한 일반관리비는 인건비, 제사무비, 제세공과금 등으로 구성된다. <그림 3>의 좌측은 공용관리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관리비의 분포를 표시한 것으로 역시 공용관리비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마찬가지로 개별사용료 중 하나인 급탕비의 분포를 표시한 것이 <그림 3>의 우측이며 역시 개별사용료와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그림 2>와 <그림 3>이 시사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경기도는 관리비 전체를 보여주기보다는 세부항목으로 나눠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항목별로 살폈을 때 관리비의 지역별 수준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은 공용관리비라기보다는 개별사용료라고 할 수 있다. 공용관리비와 개별사용료를 구성하는 일반관리비와 급탕비를 별도로 지도화했을 때에도 이와 동일한 추론을 얻을 수 있었다. 즉 관리비의 높고 낮음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은 각 가구가 사용하는 급탕비, 전기료, 수도료 등 개별사용료에 달려 있다. 따라서 관리비를 절감하려면 경비원, 미화원 등 공용관리비를 줄이기보다는 급탕 및 급수 설비의 현대화 같은, 각 가구의 에너지 사용방식을 효율화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그림 4>의 상단 2개의 그래프는 경기도 소재 44개 시·군·구의 전체적인 관리비를 수직축에, 공용관리비와 개별사용료를 수평축에 표시한 것이다. (분석 기간: 2015. 7.~2016. 6.) 이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리비는 공용관리비와도 어느 정도 양(+)의 상관성을 갖지만 개별사용료와 매우 강한 양의 상관성을 갖는 것을 알 수 있다. (Pearson 상관계수 ) 즉 관리비를 절감하려면 가구별 개별사용료의 절감에 자원과 노력을 집중해야 함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림 4>의 하단 2개의 그래프를 보면 두 가지 변수 사이에 음(-)의 상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세번째 그래프는 관리비 세부 항목 중 하나인 경비비와 승강기유지비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승강기유지비가 높아질수록 경비비가 낮아지는 추세를 발견할 수 있다. 통상 25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일수록 승강기유지비가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초고층 아파트는 비교적 좁은 부지에 조밀하게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 즉 좁은 공간에 협소하게 분포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단지 순찰 등 경비에 소요되는 비용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승강기유지비가 적게 발생하는 저층 아파트 단지는 넓은 부지로 인해 경비비가 의외로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추론은 좀 더 많은 데이터 확보와 추가 분석이 있어야 신뢰성 있게 제시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다만 경비비, 승강기유지비 등 관리비 세부 항목이 무조건 낮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지역별, 아파트 단지별 개별적 특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림 4>의 하단 네번째의 그래프는 가구의 개별사용료와 일반관리비와의 관계를 보여준다. 일반관리비는 대부분 인건비로 구성돼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 각 가구에서 발생하는 개별사용료와 아파트 관리 인원과는 큰 관계가 없어 보이나 앞에 그래프는 음의 상관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왜 이러한 관계가 나타나는지 명확하게 풀이하기는 어렵다. 시설 관리인원이 적정한 수준으로 배치되면 급수 및 급탕시설이나 난방시설 등이 정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유지 관리되기 때문에 개별사용료가 하락할 수도 있다. 또는 행정 관리인원이 적정한 수준으로 배치돼 있어 한국전력과의 전기요금 계약 체결 시 해당 아파트 단지에 가장 최적인 계약방식(단일방식 또는 종합방식)을 검토해 결정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반관리비(특히 인건비) 상승과 개별사용료 하락의 관계는 좀 더 자세한 데이터가 확보되면 추가로 연구해볼 만한 흥미 있는 사안이라 생각된다.
경기도 등 데이터 접근성이 뛰어난 공공부문이 향후 아파트 관리비를 분석할 때에는 관리비 세부 항목의 개별 분석, 세부 항목 간 논리적 연결 고리 및 내재적 관계성의 파악 등에 중점을 둬 결과를 발표하길 기대한다. 아파트 관리의 맥락적 환경을 무시하고, 관리비 부조리나 입찰 비리 등 목적을 사전에 정하고 시작한 분석은 그러한 목적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뿐 입주자, 관리주체 등 이해관계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객관적 정보를 주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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