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수구미 임도 트레킹(6.5km)


굴뚝으로 하얗게 연기가 오르며 장작 타는 냄새가 날 것 같은 기억의 향수. 사람들은 그런 기억들을 따라 오지로 가고 그곳에서 다시 만난다.

물길 따라 시간이 멈춘다

화천의 골짜기마다 가을이 온다. 굽이굽이 깊은 계곡 돌 틈으로 흐르는 물길 따라 고운 단풍으로 내려온다. 해산(日山1,190m)과 재안산(1,055m)골짜기에는 생강나무, 박달나무, 참나무류가 산비탈에 가지를 늘어뜨리고 맑은 물 계곡에는 단풍나무, 복자기나무가 붉은빛을 더한다.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마다 가을은 멈춰 있다. 화천에서 양구로 넘어가는 해산령(773m)에서 비수구미 마을로 가는 임도 6km 숲길은 2015년에 자연휴식년제가 해지되며 호젓한 트레킹길이 됐다.
숲길을 걷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흐르는 물소리에 묻히고 가을빛에 젖은 두런두런한 이야기 들은 자갈길의 소리와 함께 숲속에 쌓인다. 숲길엔 맑은 향을 흘리는 산국과 굽이굽이 돌아가는 산길엔 개미취꽃이 풍경을 더한다. 깊은 산골은 1944년 화천댐 건설로 육지로부터 단절됐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배를 타고 들어 와야 하는 육지 속의 섬이었던 마을. 낚시꾼 몇몇을 빼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오지. 지금은 주말이면 알음알음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지만, 밭 한 자락 별반 없는 4가구가 사는 마을은 깊은 골과 물길에 막혀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었던 오지 중의 오지다. 뗏목이 배로 바뀌고 낚시꾼들이 묵었던 집은 민박과 산채식당으로 바뀌었을 뿐. 산과 물길로 둘러싸인 비수구미는 파로호에 섬이 됐다.

▲ 물길 따라 단풍이 내려오는 비수구미

화톳불에 하룻밤을

마을에서 선착장 물길로 향하는 개울에는 어느 곳에서 떨어졌을 큰 바위조각에 ‘비소고미 금산 동표(非所古未 禁山 東標)’라는 글이 새겨진 황장금표가 있다. 산림청의 푯말에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황장목의 벌목을 금하는 황장봉산이 둘이 있는데 하나는 서쪽 30리, 다른 하나는 동북 40리에 있다고 기록돼 있으며, 그중에 동쪽에 있던 것으로 추정돼 산림문화 자산으로 가치가 크다”는 기록이다. 사람들은 비수구미라는 지명이 ‘비소고미’에서 변했다는 설과 지금의 ‘비수구미(泌水九美)’가 본래 지명이라는 설도 전해 오는데 “신비로운 물이 빚은 아홉 가지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이다. 또한 마을을 섬으로 만든 파로호(破虜湖)는 6·25전쟁 때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 승리해 “오랑캐를 물리쳤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산기슭으로 강물은 스며든다. 물안개라도 끼는 날엔 비수구미 골 골 마다 더욱 숨죽이는 풍경들은 눈이라도 하얗게 내린 겨울이라도 좋을 오지의 정경들이다. 잠시 시간이 멈춘 지금은 가을이 한창이다. 화톳불 지피며 하룻밤을 묵어가도 좋을 가을날.
비수구미 마을로 가는 길은 해산령에서 트레킹으로 두 시간 정도 걸어 내려오거나 배를 타고 마을로 들어 올 수 있다.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소형 자동차로 평화의 댐 방향에서 2.5km 강변을 끼고 선착장 부근까지 들어오면 마을이 보인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산 중턱에 새로 조성된 길을 따라 걸어오기도 한다. 파로호의 물 높이에 따라 길이 잠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지의 맛을 느끼기에는 걸어보기를 권장한다. 트레킹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어렵지 않은 도보 길이다. 소나무와 잡목이 오솔길을 만들고 푸른 파로호의 정경이 발밑에 있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길을 걸으며 숲의 소리를 듣노라면 나뭇잎 한 장에 한 장 비쳐드는 햇살의 속살도 본다. 숨바꼭질하는 자연의 모습을 찾아내며 길섶에 핀 꽃 한 송이가 얼마나 예쁘고 소중한지 알게 되는 충분한 시간의 선물이 그곳에 있다. 비수구미다.

▲ 파로호 강변을 따라 비수구미마을로 가는 산소길(2.5km)

여행 정보

#물빛누리호 : 화천댐 주변의 파로호 선착장에서 평화의 댐까지 운항하는 유람선이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과 공휴일에 운항. 10인 이상일 때 운항하며 평일에도 30인 이상이면 운항한다. 승선료 왕복 1만5,000원
#주소 :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 1177-3 / 문의: 033-440-2575, 2557
#비수구미 민박 :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2리 2715 / 문의: 033-442-0145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