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이 석 락
딸이 왔다
아이들 소란에
숨소리는커녕 내 몸조차 없던 우주가
미꾸라지 파닥임으로
제비 날갯짓으로 가득 찬
조그만 거실이 되었다
물장난 마당에 참새 소리
혼잡한 마루에 황송아지 달음질 소리
재잘재잘
우당탕 쿵쾅
웃다가 떼를 쓰다가
할아버지 또 올게요
아이들이 골목에서 사라지는 사이
그릇 깨뜨리는 소리
오지게 넘어져 우는 소리 없어지는 대신
다시
방 안 가득 안개가 스미고
남은 숨소리가 아까보다 적막하다.
이석락
kslee@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