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방 게시물을 올린 입주민이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는 실명을 명시하지 않았고 게시글의 적시 사실이 허위인 점에 대한 인식이 없었으며 각종 의문을 해소해 진실을 파악하려는 공익 목적에서 작성한 것이라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구지법

대구 수성구 A아파트의 입주민 B씨는 지난 2014년 4월 6일 A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해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첨부된 파일에 ‘문화센터 운영과 관련해 강사료를 지불해 놓고는 그 돈을 뒷돈으로 돌려받고 있다’ ‘수성구청 보조금 600만원 또한 입주민 등의 복지로 사용해야 함에도 이를 횡령한 의혹에 대해 의법처리해야 입주민의 권리가 지켜질 것’이라는 글을 게시한다.
A아파트 부녀회장 및 C추진위원회 대표인 D씨는 문화센터를 운영하면서 강사료를 지불한 후 다시 돌려받는 등의 방법으로 횡령하거나 이를 지시한 사실이 없고 수성구청 보조금 600만원을 횡령하거나 이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B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
B씨는 초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아 벌금 100만원에 처해지자 항소하는데 재심에서도 판결은 뒤집히지 않았다.
대구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이윤직 부장판사)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허위사실의 적시 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 판단해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 11226판결)를 인용, B씨가 게시물에 부녀회장인 D씨의 실명이나 직책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아파트 입주민이라면 게시물 내용을 통해 D씨를 지칭하는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B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허위인 점을 인식하지 못했고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는 주장도 ▲B씨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피해자가 횡령 등 범죄행위를 저질렀음을 구체적이고 단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을 사용한 점 ▲게시글을 아파트 입주민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작성한 점 ▲이 경우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피해자로서는 명예에 심각한 훼손을 입을 우려가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점 ▲B씨는 게시글의 내용이 사실인지 D씨에게 확인하지 않았고 D씨가 강사료나 보조금을 횡령했음을 뒷받침할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B씨가 게시글의 내용이 허위인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 비방의 목적으로 작성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B씨가 초범인 점, 그리고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지 않은 점을 감안, 초심보다 30만원 줄어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B씨의 상고 포기로 형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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