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의무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관리의 사각지대, 법 적용을 받지 않아 발생하는 각종 비리와 관리비 횡령, 극소수 주민대표의 전횡에 의한 공사계약과 이에 대한 견제장치 전무.
이런 말들을 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오피스텔이다. 지난 몇 년간 아파트 관리와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 이후, 최근 들어 논의의 초점이 옮겨간 대상이 오피스텔이다. 본지 역시 복마전 같은 오피스텔 관리의 난맥상에 대해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다.
오피스텔 관리는 아파트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방적이다. 특히 세입자가 다수로 구성된 상황에서 한 사람의 독선을 막는 것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사적자치’란 미명하에 아무도 돌보지 않는 불모의 땅이 돼 왔다.
그런데 더 심각한 곳이 있다. 오피스텔보다 먼저, 아주 오래 전부터 숱한 문제들을 노정해 온 데다 건물 자체가 노후해, 위험이 입주민 생활의 일상이 돼 버린 ‘소규모 공동주택’들이다.
요즘 건설되는 아파트들은 대형화.집단화하는 추세이므로 대부분의 소규모 아파트는 지어진 지 수십 년 된 게 보통이다.
아파트의 나이만큼이나 입주민 역시 노인가구가 많으며, 맞벌이 가구 비율도 높다. 새롭게 들어오는 젊은 입주민들은 잠시 머물다 새 집으로 이사할 계획을 가졌거나 ‘내 집 마련을 위한 교두보’로 삼는 경우가 많아 애착심이 떨어지고, 웬만한 불편은 감수하고 넘어가며, 큰 돈 들여 공사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10년 이상, 심지어 입주당시부터 쭉 주민대표 한 사람에 의해 관리돼 오고, 그게 권력으로 축적돼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입주민 위에 군림하기까지 한다.
건물관리는 더 심각하다. 오랫동안 방치돼 온 나무들은 오히려 경관을 망가뜨리고 소독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해충의 온상이 돼 무지막지하게 잘려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담벼락은 기울어져 언제 행인을 덮칠지 모르게 아슬아슬하고, 현관 출입구는 계단이 닳고 모서리가 떨어져 넘어지기 십상이다. 단지 구석을 비추는 가로등이 나가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전기가 먹통인 경우도 많다.
가스배관은 칠이 벗겨지고, 옥상엔 전기 전화선과 TV 및 통신 케이블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데다 시간에 쫓기는 기사들이 단자함을 열어둔 채 그냥 가거나 방수 절연 등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태다.
특히 화재가 발생하면 곧바로 위험상황을 전파해야 할 비상경보장치는 너무 낡고 오작동이 잦아 전기마저 끊어 놓는 바람에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경우도 흔하다.
이를 보다 못한 주택관리사들이 자발적으로 ‘소규모 공동주택 안전점검’에 나서 낡은 전기배선을 새로 깔고 전구와 스위치 등을 무상으로 교체해주며 흉물이 돼 가는 조경시설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꾸준히 펼쳐왔다. 하지만 이런 단지들이 너무 많아 주말을 활용해 벌이는 봉사활동으로는 중과부적이다.
이번에 김성찬 국회의원이 ‘150가구 미만 소규모 공동주택 준의무관리대상 지정’을 추진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관련기사 1면>
서민의 주거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아주 좋은 방향 설정이지만 문제는 ‘돈’이다. 입주자들이 싫어서 안 고친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못 고친 것이다.
이번 법 개정과 함께 관계기관이 힘을 합해 서민들의 찌든 삶을 조금이라도 안온하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
국민이 편히 쉬지 못하면 국가도 평안히 운영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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