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오늘 중부 지방에서는
오전 한때 말매미가
두 세 시간 울다가 멈춘 다음
그 후 저녁까지 계속 조용하겠습니다.

오늘 남부 이남지역에서는
참 매미가 하루 온 종일
학생들 여름방학에 맞춰
내천 미루나무 방둑 숲에서
즉석 오케스트라를 협연할 예정입니다.

서울 모 대단위 아파트 지역 및
심야 상업구역에서는 국지적으로
말매미의 비상 사이렌이 가로등
소등시간에 맞춰 연속적으로 날것이므로
지역주민 여러분께서는 전쟁경보로
오인하지 말아주시기 바라며
생활에 다소 불편하더라도
여름 장마가 다 지나 갈 때까지
양해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니면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나
지역 주민자치위원회의 원활한 협의하에
가로등을 하계기간 동안 한시적 소등하기로
결의하신 후 회의록에 서명하여 남겨주시면
더 나은 지역사회발전을 이루는데 일조하겠습니다.

나뭇잎에 빗소리 들려오기 시작하면
매미는 울던 울음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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