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변 갑 균 기전주임
여주시 보광그랑베르아파트

이집트에 가면 거대한 피라미드를 본다. 수많은 세월을 거치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버티고 있는 피라미드. 넓고 튼튼한 기반 위에 균형 잡혀 올라간 구조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도 그대로 보존돼 가는 것은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피라미드만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도 거의 피라미드식으로 구성되고 운영되는 것인가 보다.
나라의 운영 구조도 그렇고 군대 조직도 그렇고 회사도 마찬가지로 피라미드 구조를 갖고 있다. 기반이 넓고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구조가 균형을 이루고 제대로 돌아가는 구조다. 만약 이런 구조가 역으로 된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 보다 많은 정치 지도자가 있거나 사원보다 많은 경영자가 있는 기업이라면? 이런 조직은 오래 갈 수도 없고 이런 불균형은 경영 자체가 어려워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아파트에서 근무하다 보니 아파트의 구조가 역 피라미드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300가구 단지면 사장님이 300분이고, 500가구라면 사장님이 500분이 되는 것이다. 사장님들이 편히 잠들고, 전기·수도 등 공동으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잘 관리하며, 외부에서 들어올 수 있는 불편 상황을 사전에 막아 주는 등 대부분의 일이 관리사무소에서 하는 일이다.
어떤 뉴스 한 토막. 술 취한 입주민이 자기집 문을 열어 달라고 경비원에게 요구했다. 경비원은 당연히 할 수 없다고 말했고 그러자 입주민은 “그럼 당신이 하는 게 뭐냐”며 발로 걷어차 신장에 손상을 입혔다.어처구니없는 뉴스지만 이런 일들은 알게 모르게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이건 업체를 불러서 수리하셔야 합니다” 관리직원이 할 수 없는 일이라서 이렇게 권하면 당장 낯빛이 변하면서 소리 지른다. “그럼 관리사무소에서 해주는 게 뭔데?” “내가 주는 월급받아 먹으며 대체 하는 게 뭐야!” 그렇게 면전에 대놓고 몰아붙이면 뭐라 답해야 할지 난감하다. 입만 바싹바싹 마른다.
분명 관리직원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닌, 오래 사용해서 망가진 물건인데다 업체를 불러야 수리가 가능한 것까지 무조건 관리사무소에서 고쳐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밤 늦게 귀가해 보조 브레이크까지 잠근 후 남의 차 앞을 가로막아놓고 들어간 입주민에게 출근시간에 차를 빼달라고 전화하면 곧 관리사무소로 달려온다. “피곤해 죽겠는데 왜 새벽부터 전화 걸어?”
“출근할 차를 막았으면 빼주셔야죠. 기어는 중립에 보조브레이크도 풀어 놓으셨어야…”
그런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했지만 그 말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고 그는 더 큰 소리로 버럭 소리를 지른다. “주차공간을 만들어 놔. 그럼 안 그럴 테니까”
“저 뒤쪽으로는 주차공간이 남아 있어요”
“누가 내 앞에 대고 싶지 저 뒤쪽에 대고 싶어? 앞으로 또 새벽에 전화하기만 해 봐라. 관리사무소를 박살을 내버릴 테니까”
이른 아침부터 그런 소란을 겪고 나면 뛰는 가슴을 달래느라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단지 내의 모든 가구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아파트에 근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작은 일을 해 주고, 고장난 것을 제대로 작동하게 해 줬을 때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고, 만나면 늘 먼저 인사해 주시는 분들이 더 많기에 한참씩 실랑이를 벌이고 가슴을 가라앉히느라 애를 쓰다가도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용기가 나고 다시 일하러 일어서게 된다.
모든 사회 구조가 피라미드식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아파트 구조만큼은 역 피라미드로 돌아가고 있어 그 안에서 느끼고 받아들이는 무게가 한없이 나를 내리누른다. 하지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고 또 아무 말 없이 살아가시는 입주민들이 훨씬 더 많기에 오늘도 희망을 안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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