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남미 최초의 리우올림픽이 화려하게 폐막했다.
제국주의로부터 독립한 지 71년, 전쟁을 치른 지도 불과 60년 남짓 한 작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은 세계 8위라는 대단한 성적을 거뒀다. 참가에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에서 왜 그토록 금메달 숫자와 종합순위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으나 한국 엘리트스포츠의 위력은 대단했다.
40여 개에 달하는 세부 종목 중에서도 ‘올림픽의 꽃’으로 꼽히는 건 단연 마라톤이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운동화만 신은 채, 오직 두 발로 달리며 인간 한계의 최대치를 뿜어내는 마라톤은 늘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한다.
리우올림픽 마라톤에서 1위로 달린 금메달리스트는 케냐의 ‘킵쵸게’ 선수였지만, 세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선수는 2위로 들어온 에티오피아의 ‘페이사 릴레사’였다.
릴레사는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려 X자 모양으로 교차시킨 ‘반정부 세리머니’를 펼쳤다. 메달 수여식에서도 같은 동작을 거듭했다.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지역 출신인 릴레사는 고향 사람들이 반정부 시위를 펼치다 경찰의 강경진압에 의해 1,000명 이상이 죽고 감옥에 갇힌 것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이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시위대 지지를 밝힌 그는 “에티오피아로 돌아간다면 나는 죽거나 감옥에 갇힐 것”이라 밝히고 귀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올림픽에선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릴레사는 소중한 은메달을 박탈당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 건 반정부 저항의지를 보인 릴레사의 용기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릴레사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선수가 있다. 바로 지난 대회인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우리 대표팀은 일본을 2-0으로 물리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축구의 기적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던 박종우 선수는 관중석의 한 팬으로부터 받은 ‘독도는 우리땅’이란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많은 박수갈채와 함께 그 장면을 포착한 사진이 전 세계에 알려지자 일본과 IOC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메달박탈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다행히 경고처분 후 나중에 동메달을 따로 받을 수 있었다.
릴레사의 행동은 국민을 탄압하는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이었고, 박종우의 행동은 아직도 제국주의의 구습을 버리지 못한 일본에 대한 저항의 표시였다.
서구인들이 ‘저항’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프랑스의 ‘레지스탕스’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독일에 대항해 국민적 무장투쟁을 벌인 대표적 저항운동이다. 이후 레지스탕스는 이탈리아,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 그리스 등지로 확대됐다.
영어표현 저항(resistance)은 프랑스어 레지스탕스(reistance)와 점(  ) 하나만 다를 뿐이다.
우리 민족 역시 수많은 외침과 독재정권을 거친 탓에 남 못잖은 저항민족이 됐다. 현대 들어서도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항쟁 등 크고 작은 저항운동이 있었다. 그때마다 민초들의 희생이 치러졌지만 결국엔 더 큰 역사의 전진을 이룩해 냈다.
본지 오늘자 10면과 11면은 지난 6월부터 뜨겁게 전개됐던 주택관리사들의 1인 시위를 다루고 있다.
저항하지 않는 건, 굴복하는 것이다.
그 중간엔? 비굴함이 숨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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