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나는 그들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적은
아래층과 위층으로 나뉘지
위층 의자가 네발달린 말이 되어 따그닥 따그닥
천정을 누비며 아래층 공격하는 자유를 느낄 때
야행성 남자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가지

날이 새도록 장롱 속을 걸어들어 갔어 천정 너머
할머니는 장롱 문을 열고 회초리를 휘둘러댔지
구슬치기를 하다 장롱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
밥 먹을 시간이 됐다고 24시 감자탕집에 배달주문을 하자
아래층 애완견 봉구가 반가워하며 짖어댔지

츄리링 차림의 아래 층 남자가 출근 전 올라와
마치 선전포고를 하는 눈빛으로 문을 두드릴 때
위층 여자는 남자가 말 들어줄 누군가 필요했을 거라고
신용이 불량해 보이는 아래층 남자가
위층에 올라오는 것이 현관문을 나선
그의 유일한 알리바이라고 여자는 자신을 타일렀지

남자는 분노의 출구를 찾다가 앞집 애완견과 눈이 마주쳤지
적의에 찬 눈빛으로 반성을 해 반성을!
너의 인간들이 잘하는 전략 아니냐?
넌 나에게 졌고 올라가 항의할 자격도 없으니
되지 않는 꼬리 접으라며 맹렬히 비난했지
만남이 좋았으면 뒷발 들고 걸어야 할 이유도 없고
며칠간 문지방을 한 번도 넘어 본적 없는 너의 신경쇠약이 아니면
위층에서 운동회를 해도 넌 잠에 빠졌을 거라고

위층에서 사과와 당근을 귓속에 쑤셔 넣고 믹서기를 돌릴 때
딱! 골프공이 이마를 칠 때
아이들이 춤추고 재롱을 감행해 머릿속에 딴지를 걸 때 
위아래도 모르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이웃을 상대로
남자는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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