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도의 초가을 낭만 속으로

테마여행 진은주l승인2016.08.24 18:00:48l9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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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광해변

 전남 신안군은 섬의 천국이다. 바다에 동동 떠 있는 수많은 섬들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풍경화이고 질펀한 삶의 현장이다. 임자도도 그 중의 하나로 빼어난 풍광에다 인심 또한 넉넉해서 연중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수도권에서 간다면 4시간 이상 걸리는 먼 섬이다. 그러나 일단 이 섬에 발을 딛는 순간 여독은 말끔히 풀린다. 
임자도는 신안군에서 자은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동으로는 지도읍, 남쪽으로는 자은면, 북쪽으로는 바다 건너 영광군 낙월면과 이웃하고 있다.
지도읍 점암선착장에서 철부선을 탄다. 배에 승용차를 싣고 15분 남짓이면 임자도에 닿는다. 예전에는 목포에서 여섯 시간이나 걸리는 뱃길 때문에 오가기가 쉽지 않았으나 무안군 해제리와 신안군 지도리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면서 여행길이 한결 편리해졌다. 굳이 자동차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섬 특유의 정취를 즐기려면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게 훨씬 낫다. 들깨가 많이 나는 곳이라 해서 ‘들깨 임(荏)’자를 써서 임자도라 했다. 그러나 길손이 둘러본 결과 들깨는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대파와 벼, 양파는 넘쳐났다.

 

▲ 어머리해변

젊음이 넘실대는 해변

진리선착장에 내리면 섬길이 꿈결처럼 펼쳐진다. 길손은 먼저 대광해변으로 간다. ‘대광’은 주변 마을 대기리와 광산리의 앞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는 대광해변의 모래밭은 얼핏 저 태안의 신두리 해변을 닮은꼴이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서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니 그 넓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여 이곳은 종종 하프 마라톤이나 트래킹 코스로 이용되기도 한다.
둥그렇게 돌아간 해안선도 참으로 아름답다. 사륵사륵 파도소리가 정겹다. 맨발로 단단한 모래밭을 걷는 재미도 그만이다. 발바닥에 와 닿는 모래 입자(이곳의 모래는 유리의 원료로 쓰이는 규사토다)의 보드라운 감촉은 또 어떻고. 모래바닥은 집게와 엽낭게들이 파놓은 자잘한 구멍과 그네들이 먹이를 먹고 뱉어낸 모래 구슬들로 신비한 세상을 열어놓고 있다. 그런데 놈들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인기척을 느끼고 모래 깊숙이 몸을 낮춘 것일까?
 모래바닥은 자동차가 달려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물 빠진 폭 300미터의 드넓은 모래벌판은 운동장 같다. 사람들은 거기서 족구도 하고 축구도 한다.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으며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득한 수평선은 저 동남아의 어느 유명한 휴양지를 떠올리게 한다. 
숱한 세월이 만들어놓은 모래 언덕에는 해당화(해당화는 신안의 군화(郡花)이다)도 피어 있다. 이름 모를 들꽃들도 지천이고 해송과 아까시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해변을 곱게 장식한 모래 주름과 일정한 속도로 밀려오는 파도는 해변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앞바다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 풍경도 멋있다. 대태이도, 혈도, 어유미도, 바람막기도, 고깔섬, 육다리도, 소허사도, 대허사도 등이 눈길에 아스라하다. 특히 근해 무인도인 고깔섬은 갯바위 낚시터로 좋다. 바다 여기저기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도 보인다. 이곳에서 잡히는 어종은 숭어, 밴댕이, 게 따위로 저녁 무렵 서너 명이 일자형 그물(일명 ‘삼마이’)을 치고 고기를 잡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스름이 깔리는 6시 무렵, 바다를 물들이는 노을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해변 바로 뒤쪽엔 이곳 사람들이 ‘모래치’, 또는 ‘물치’라고 부르는 오아시스가 있다. 임자도에는 이 같은 오아시스가 16개나 되는데 모래가 머금은 수분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작은 웅덩이를 이뤘다.  

 

▲ 임자도 염전
▲ 전장포 부두에서 새우 하역작업이 한창 중인 새우잡이 배
▲ 전장포의 명물인 새우젓

새우, 염전, 대파가 있는 전장포

길손은 이제 백하새우로 유명한 섬 북쪽의 전장포로 간다. 전장포(일명 앞장골 또는 장불) 조금 못 미쳐 검푸른 개펄이 눈에 들어온다. 고찬 개펄이다. 시간이 있다면 이곳에서 개펄 체험을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구불구불 뻗어나간 갯고랑과 그 위에서 노니는 게, 갯지렁이, 짱뚱어 등을 관찰하노라면 흥미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개펄 체험을 하려면 장화나 호미 등을 미리 챙겨가야 한다.
전장포로 가는 섬길 양쪽은 드넓은 평야다. 사실 임자도는 해산물보다 농산물이 더 많다. 양파와 대파, 양배추, 마늘 등은 이곳의 주 소득원이다. 대표적 작물인 외대파는 수익성이 높아 섬주민의 절반 이상이 재배하고 있다. 사실 이 섬 주민의 80% 이상이 농사에 종사한다. 물론 민어, 병어, 장어, 갑오징어, 꽃게, 돔, 농어, 숭어 같은 어류와 밴댕이, 황새기, 육젓 같은 젓갈류도 많이 난다. 또 하나. 임자도에는 유독 염전이 많다. 여기서 생산된 소금은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전장포의 얼굴격인 새우젓은 국내 소비량의 60%를 차지한다. 해마다 1,000여 톤의 새우를 건져내는데 새우젓 저장실로 쓰던 말굽 모양의 토굴은 색다른 볼거리다. 그러나 아쉽게도 7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마을 토굴은 높은 온도 때문에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여기서 소금에 절여진 새우들은 마땅한 저장시설이 없는 탓에 지도대교(지도읍 내리) 아래 송도 위판장이나 토굴 저장실이 많은 충남 광천 등지로 실려가 소비자들을 기다린다.
전장포는 어선 10여 척이 정박해 있는 자그마한 포구다. 포구 한쪽에는 새우젓을 담은 드럼통 수 십 여개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 파는 젓갈류는 시중보다 20% 정도 싸다. 요즘은 추젓이 많이 나와 있다. 이외에도 이곳에서는 깡다리젓갈로 불리는 황석어젓과 엽삭젓갈이라는 바다송어젓갈도 맛볼 수 있다. 전장포 부둣가에는 곽재구 시인의 시 ‘전장포 아리랑’비가 서 있다. 곽 시인은 이곳 전장포 앞바다의 작은 섬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섬사람들의 애환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 전장포 아리랑비

해안선이 아름다운 두 해변

전장포에서 왔던 길로 다시 돌아나와 이흑암리(육암리·육바구) 쪽으로 달린다. 길은 차 두 대가 겨우 비켜설 만큼 좁다. 임자도 서쪽에 대광해변이 있다면 이곳엔 역시 아름다운 어머리(육암해변)와 은동해변이 있다. 이 두 해변은 산언덕을 끼고 나란히 뻗어 있다. 마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바다 쪽으로 가면 아담한 어머리 해변이 나온다.
어머리는 산 언덕길에서 보면 더 아름답다. 활처럼 휘어진 해안선과 그 앞의 탁 트인 바다가 꽤나 멋스럽다. 물고기 머리 모양을 닮아 어머리라 했다. 해변 왼쪽 끝에는 이무기가 바위를 깨고 나와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전설이 깃든 용난굴이 뚫려 있다. 수십 길 절벽 아래의 굴은 그 모양이 아름답고 특이하다. 입구는 펑퍼짐한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지는 모습이다. 높이 7~8m, 폭 1m 안팎의 축축한 굴은 물이 들면 굴이 절반쯤 물에 잠긴다. 굴 안에서 바라보는 반대쪽 바다는 눈부시도록 푸르다. 물때를 미리 확인하고 가면 그 실체를 잘 볼 수 있다.  
어머리해변에서 해안길(시멘트길)을 따라 5분쯤 더 들어가면 은동해변이 나온다. 시멘트길(임도)이 뚫리기 전까지만 해도 이 마을 주민들은 험하기 짝이 없는 대둔산(한동산) 산길을 걸어 넘어 다녔다고 한다. 은동마을을 아래에 둔 대둔산은 우람하고 거칠다. 은동마을 사람들은 이 대둔산을 베개 삼아 수백 년 시간을 건너왔다. 집 하나하나가 옛 모습을 잃지 않고 있는데, 돌담길이며 덩그런 기와집은 세월의 깊이를 가늠케 해준다.
은동해변 못 미쳐 언덕길은 낙조 포인트로 좋다. 해질 녘의 붉은 기운은 산 그림자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해변으로 가는 길은 좁아서 접근이 쉽지 않다. 해송과 갯바위가 둘러싸고 있는 해변은 풍치가 뛰어나다. 해변 뒤편 대둔산 중턱에 오르면 임자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무안나들목을 나와 연륙교가 놓인 지도읍을 지나 서쪽 끝의 점암선착장으로 간다. 여기서 임자도까지는 카페리로 20분 걸린다. 배 시간 문의: 임자농협(061-275-7303), 임자면사무소(061-275-4004)
▲맛집=임자도에 편안한횟집(061-275-2828), 신안가든(061-262-8585), 털보네식당(061-262-0010) 등이 있고 지도읍에 있는 지도횟집(061-275-7119), 점암횟집(061-275-0848)도 괜찮다.
▲숙박=대광해변 부근에 콘도형 해송민박(061-262-0100), 파라다이스펜션(010-2688-2656), 보라민박(061-262-0566), 임자펜션(061-262-3388), 유랜드민박(061-261-5454) 등 민박집과 펜션이 있다. 대부분 식당을 겸한다.


 

 

진은주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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