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국제교육도시연합(IAEC)은 부산시 사하구에 자리잡고 있는 감천문화마을을 세계 3대 우수교육도시에 선정했다. 세계적 도시재생 모델로 꼽히는 감천문화마을은 ‘더불어 함께 사는 도시’라는 올해 IAEC 세계 총회 주제에 부합하는 도시로 꼽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감천문화마을은 일본 UN-해비타트(HABITAT) 후쿠오카 본부에서 진행된 ‘2012년 아시아도시경관상 시상식’에서 민관 공동으로 지역발전을 이룬 모범도시로 인정받아 대상을 수상했다. 2010년 창설된 아시아도시경관상은 타 도시의 모범이 될 만한 우수한 성과를 올린 도시, 지역, 사업 등을 선발해 표창하는 경관에 관한 아시아 대표 국제상이다.
감천문화마을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꿈을 꾸는 마추픽추’, 2010년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에 잇따라 선정되면서 문화마을의 첫 발을 내딛었다. 2011년부터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해 감내 카페와 커뮤니티센터인 감내어울터를 개소했고 작은박물관, 미술관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12년 지역·전통문화브랜드사업’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사업은 인간과 프로그램이 중심이 되는 지역의 우수한 문화브랜드를 발굴해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신설됐다.
감천문화마을은 경관 및 역사 자원을 문화예술인, 지역 주민 및 지자체가 힘을 합쳐 문화관광 명소화 함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문화예술인·학계·주민·행정기관이 협력해 추진협의체를 통한 문화마을 조성모델, 행정기관의 전담부서와 긴밀한 연계 및 조례 제정, 중장기 계획에 따른 체계적 사업 추진,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사업의 창조적 활용을 통한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감천문화마을은 역사적으로 가난한 하층민의 주거지다. 일제 강점기 부산항 개항 이후 일본인 거류민단이 들어오면서 일본인들의 집단 묘지촌이 형성되고, 화장장도 있었던 곳이다. 해방 이후에는 6·25 피난민과 이주민들이 일본인 공동묘지 위에 임시거처를 마련했고 천막 등으로 불량촌이 형성된 곳이다. 산복도로를 따라 비탈진 곳에 위치한 이 마을은 가난한 사람들의 보금자리였으나 오랜 세월 방치된 도시의 대표적 낙후지역이었다.
감천문화마을은 부산의 대표적 달동네로 계단식 주거형태와 구석구석 이어진 골목길 등이 독특해 연간 수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부산의 대표적 명소로 탈바꿈했다. 우리는 달동네가 세계적 명소로 발전한 배경과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시와 구청의 행정지원과 주민참여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현대도시는 고층화 고밀화를 지향한다. 고층빌딩과 현대식 상가 등이 밀집한 장소 아니면 중산층이 거주하는 쾌적하고 집값이 높은 주거지로 변화시키는 것이 도시재생의 일반적 패턴이다. 그러나 감천문화마을은 이러한 기존의 도시재개발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들의 독창적 재생모델을 찾았다는 것이 큰 발전의 계기라 할 수 있다.
둘째, 마을이 가진 물리적, 장소적, 사회경제적 특성을 살린 재생방식이라는 점이다. 감천문화마을은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않는 이색적인 계단식 마을 원형을 보존했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과 유사하게 서민거주지의 골목길과 공유공간을 그대로 유지 발전시키는 보존적 재생모델을 택한 것이다. 오래되고 불편하고 현대적이지 못한 동네의 모습이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더 값진 자산으로 재탄생하게 된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셋째, 주민들의 자구적 노력과 상호 간의 협력체제 구축이다. 주민협의회를 구성해 카페 운영, 신문 창간, 먹거리 개발 등 주민 스스로 마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주민협의체 발족 및 조례 제정 등 진정한 주민참여형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 ‘떠나는 달동네’에서 외국 관광객을 포함해 연간 7만여 명이 찾는 한국형 ‘문화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세계 청년들의 문화체험 프로그램인 ‘유네스코 국제워크캠프’가 2년 연속 열렸고 아프리카 우간다, 탄자니아 등 고위 공무원들이 산복마을의 부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갔다. 비탈진 산에 형성된 다랑논처럼 가난한 서민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이 이렇게 명소로 변모한 사례는 향후 한국의 도시재생모델을 개발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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