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81>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김경렬

 

사람은 마음이 움직여야 생각이 움직이고 생각이 움직여야 행동으로 이어지는데 좋아하는 일을 할 때와 마지못해 하는 일은 성과도 다르고 힘들기도 다릅니다. 대부분 마음이 움직이는 단계를 보면 처음에는 마음이 내킵니다. 바로 욕심의 단계이지요. 욕심은 아직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못합니다. 내 욕심 때문에 깊이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다음에는 마음이 끌립니다. 끌리면 관찰합니다. 관찰하면 상대방의 상당부분이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 좋고 나쁜 부분이 갈라져 갈등과 애증(愛憎)이 교차하며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켕깁니다. 안하면 불안하고 팽팽한 긴장 속에서 탈이 날까 불안하기도 하니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꼭 해야 합니다. 김소월님은  오실 날/ 아니 오시는 사람!/ 오시는 것 같게도/ 맘 켕기는 날/ 어느덧 해도 지고 날이 저무네/ 라고 켕기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1. 마음이 내키는 관리
처음 관리업무에 입문한 사람은 시설관리가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축과 설비를 모르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설을 잘 아는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입주민에게도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직원들에게는 잘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합니다. 아직 욕심이 앞서는 단계입니다.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장이 말실수라도 하면 소장이 그것도 모르냐고 다그치고 직원들도 우리 소장은 무식하다고 뒷담화를 합니다. 자격시험을 위해 공부할 때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는 실무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단계입니다. 순찰을 다녀도 그저 내가 관리소장이라고, 소장이 순찰을 다닌다고 알리는 수준이고 문제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은 자격증이 관리한다고 생각하고 우쭐대기도 합니다.
 

2. 마음이 끌리는 관리
어느 정도 근무하다 보면 일에 재미를 붙입니다. 재미가 있으니 관찰하게 됩니다. 시설물도 관찰하고 직원들의 눈에는 안 보이는 문제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면서 관리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생기기 시작합니다. 내 생각대로 의결해 주지 않는 입주자대표회의와 단지 내 시설물을 함부로 사용하는 입주민이 원망스럽고, 지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일하지 않는 직원들과 협력업체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때가 기로입니다. 업무에 대한 욕심이 관계(Relations)에 영향을 미쳐 혼자 일하게 되거나 심하면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합니다. 더구나 공동주택관리법령은 도처에 관리소장을 감시하는 제도를 중첩 규정해 숨 막히게 합니다. 나를 다잡을 때입니다.
 

3. 켕기는 마음으로 하는 관리
세시봉의 가수 김세환은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고, 사랑받는 그 순간보다 흐뭇한 건 없다며 사랑은 혼자서는 알 수 없는 야릇한 기쁨’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바로 켕기는 마음을 말하는 것이지요. 켕기는 마음이 되면 모든 것이 사랑스럽습니다. 입주민이 휴지를 버리면 청소할 일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하고 장마가 오기 전에 막힌 하수도를 청소하고는 시원하지? 라고 흐뭇해 하고, 시설물 교체를 의결해 주지 않아도 조금 더 고쳐 쓰자고 직원들을 다독이게 됩니다. 애완견을 데리고 나오면서 배변봉투를 준비하지 않은 입주민을 위해 순찰할 때는 비닐봉투와 집게를 들고 다니기도 합니다. 일을 사랑하니 피곤한 줄 모릅니다. 문제는 내 켕기는 마음을 몰라줄 때입니다. 내가 내는 관리비로 살아간다고 무시하는 입주민, 시키는 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 직원들 모두 나를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관리는 사람들의 행동교정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켕기는 마음으로, 하고 싶어서 해야 내가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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