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르면 하자보수보증금 및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는 공사계약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계약은 관리주체가 입찰 및 계약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 전기안전관리용역을 제외한 나머지 용역계약도 관리주체가 입찰 및 계약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관리주체가 입찰을 진행하고 낙찰자와 체결한 공사 및 용역계약에 기한 권리와 의무는 누구에게 귀속하는 것일까?
공사 및 용역대금의 지급을 둘러싼 분쟁, 하자보수에 대한 견해차이로 발생하는 분쟁 등이 발생하면 아파트 측에서 누가 소송상 원고 또는 피고가 돼야 하는지 문제된다. 계약의 당사자로 기재된 것은 관리주체이므로 관리주체가 소송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고, 관리주체는 형식상 당사자일 뿐 계약에 기한 모든 권리를 향유하고 의무를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입주자들이므로 입주자대표회의가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사업자 선정지침이 시행되던 초기에 경비용역의 입찰과 관련해 관리주체가 낙찰자 지위확인 소송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선고된 바 있었다(대구고등법원 2011. 10. 21. 선고 2011나3245 판결). 해당 재판부는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된 소를 당사자를 잘못 지정했다고 해 각하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 내지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이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집행하면서 체결한 계약에 기한 권리·의무는 비법인사단인 입대의에게 귀속되고, 그러한 계약의 당사자는 비법인사단인 입대의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다62657 판결).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위탁관리에서 관리주체가 체결한 공사 및 용역계약의 당사자도 입대의여야 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런데 최근 대전지방법원에서는 재도장공사계약과 관련해 의정부지방법원에서는 인터폰 설비보수공사계약과 관련해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해 공동주택의 관리를 위탁하는 경우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계약체결권한은 입대의와는 별도의 권리주체인 관리주체에게 있고 그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도 관리주체에게 귀속된다’고 판시했다.
하급심에서는 위 대법원 판례가 자치관리에만 적용되고, 위탁관리에서 관리주체가 체결한 계약의 권리·의무는 관리주체에게 귀속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결론이 합당한가? 위탁관리에서 관리주체인 주택관리업자가 관리업무에 대한 대가로 받는 금액은 위탁관리수수료가 거의 전부다. 그리고 위탁관리수수료는 최저가 입찰 등의 시행으로 단지 당 수십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용역 및 공사계약의 단가는 작게는 몇 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수억 원을 호가하고 그에 따라 계약상 분쟁에 따른 소송가액도 비례해 커지기 마련이다. 계약기간 2~3년 동안 주택관리업자가 아파트로부터 받는 총 수수료는 500만원을 넘기기 어려운데 공사 및 용역계약과 관련한 분쟁으로 소송이 제기되면 그 몇 배, 몇 십 배를 배상할 각오로 소송에 임해야 한다. 설혹 완벽하게 승소한다 하더라도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관리업자가 지출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난이도 높은 소송을 승소로 이끌기 위해 변호사라도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면 그 즉시 적자를 면키 어렵다. 소송이나 분쟁의 원인 제공은 계약의 당사자인 관리주체의 잘못이나 책임이기 보다는 입대의의 결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공사 및 용역계약으로 말미암은 혜택은 입주자들이 향유하고, 잘못돼 분쟁이 발생하면 관리주체의 비용과 책임으로 전가되니 살아남을 주택관리업자가 있을까 싶다.
입대의 결의를 집행했을 뿐인 관리주체가 공사 및 용역업자와의 소송에서 패소했을 때 입대의가 그 책임을 떠안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무망한 일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자 선정지침을 그대로 유지해 시행해야 하는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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