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전자투표제 동대표 ‘선출’ 아닌 ‘해임’은 법령에 정한 바 없어
국토부, 전자투표 도입 취지…많은 입주민 참여로 관리의 투명성·효율성 제고

 

정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확대함으로써 관리의 투명화를 제고하기 위해 도입한 ‘전자투표’가 ‘입법 미비(?)’로 인해 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관리현장의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대전시 유성구의 모 아파트에서 지난 2015년 3월경 실시한 동대표 해임투표는 전자투표 방식으로 이뤄졌다. 해임된 동대표는 이에 대해 자신에게는 해임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주택법령상 해임투표는 전자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동대표 해임투표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재판부는 해임된 동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종전 주택법 제43조의 5 ‘전자적 방법을 통한 입주자 등의 의사결정’에 의하면 입주자 및 사용자는 ▲입대의의 구성원이나 그 임원을 선출하는 경우 ▲공동주택의 관리방법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 ▲공동주택 관리규약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려는 경우 ▲그 밖에 공동주택의 관리와 관련해 의사를 결정하려는 경우 전자적 방법을 통해 의사를 결정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항소심 재판부인 대전고등법원 민사4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주택법에서는 ‘입대의의 구성원이나 그 임원을 선출하는 경우’를 전자투표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문언상 입대의의 구성원 등을 ‘선출’하는 경우를 전자투표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해임’에 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해석했다.
또한 해당 조항은 입주자의 의사결정 사항 중 일정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전자투표를 할 수 있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입대의 구성원 등의 ‘선출’에 비해 ‘해임’은 침익적 성격에 비춰 보다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고 명문의 규정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적용범위를 넓히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더욱이 ‘그 밖에 공동주택의 관리와 관련해 의사를 결정하려는 경우’에 입대의 구성원의 해임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 해임투표는 주택법이 정한 전자투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재판부는 절차상 하자로 인해 A씨에 대한 해임투표는 무효라고 판시했으며, A씨에게 적용된 해임사유 또한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는 지난 2015년 2월 9일 개정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서 주택법 제43조의 5를 토대로 ‘전자적 방법을 통한 입주자 등의 의사결정’ 조항을 신설하면서 입대의의 구성원이나 그 임원을 선출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해임’하는 경우도 전자투표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현장투표도 병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법에서 권장사항으로 규정해놓은 전자투표를 한발 더 나아가 의무조항으로 관리규약 준칙에 명시하면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민원들을 고려해 ‘해임투표’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전자투표를 법령과 달리 의무화한 준칙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주택법 제43조의 5의 전자적 방법을 통한 입주자 등의 의사결정은 강제조항은 아니나 권장의 의미가 내포된 규정인 바, 전자적 방법을 통해서만 그 의사를 결정하도록 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해당 공동주택 입주자 등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다만 전자투표 등을 활용할 경우 많은 입주자 등이 관리업무에 참여할 수 있어 입주자 등의 권익보호 측면에서 관리의 투명성, 효율성 등을 높일 수 있는 장점 등이 기대되므로 이러한 점들도 감안해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전고법의 판결이 입대의의 상고 포기로 그대로 확정된 데다 주택법상의 전자투표 관련 조항이 이달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공동주택관리법에서도 똑같이 규정돼 있어 정부의 당초 전자투표 도입의 입법취지에 맞게 동대표 선출뿐만 아니라 해임투표 또한 전자투표로 가능토록 명시하는 등 향후 입법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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