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SG한국삼공에서 농업인을 가족이나 지인으로 둔 모든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사연을 공모하는 ‘농촌에 사랑의 새참을 뿌리다’의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다.
SG한국삼공은 1968년도에 창사한 이래 식량 증산과 농촌 부흥을 위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물 보호제를 생산, 공급해온 작물 보호제 전문기업이라 한다.
먹방이 넘쳐나고 살을 빼야 한다는 살과의 전쟁이 요란하지만, 먹거리의 근본인 농업에 대한 관심과 고마운 마음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이 시점에서, 농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이번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녹색 생명을 지키고, 농업문화를 변화시키는 기업인 SG한국삼공에서 새참을 한아름 가지고 창녕 남지의 낙동강 옆 비닐하우스단지인 신촌으로 왔다.
딸네미가 금상이란다.
고추하우스와 양파, 마늘, 감자, 벼 등을 심으며 귀농을 한지 5년이 되어가는 딸이다.
도시에서 자라고 학교를 다니고 결혼을 하고 직장생활을 한 것만도 20년이 넘었는데, 귀농을 한 것은 시아버지 돌아가시고 결정을 내렸단다.
어쨌거나 서울에서 온 새참으로 인해 인근 하우스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도 다 모였다. 푸짐한 도시락, 수박이며 참외 등 과일, 소주, 맥주 막걸리, 음료수, 안주용의 돼지수육, 커다란 텐트 두 개의 그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 서울에서 온 새참을 먹는다.
어쩌면 새참이 아니라 임금님이 자시던 수라상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조금 전까지 일을 하다 온 사람들로 햇볕에 그을린 얼굴들이다. 가뭄에, 장마에 농작물의 성장과 농산물 값의 폭락만 걱정하는 단순한 사람들. 영원한 짝사랑을 오직 농산물하고만 하는 사람들. 그들은 친박도, 비박도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도 모르고 아날로그도, 디지털도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이 논, 밭에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청춘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친 사람들.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이 땅의 농부들이다.
쉽게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고 배우면서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세상,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시되고 우선시된다고 답안지의 답만 훔치는 세상, 고위 법관도, 그라운드의 심판도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몰라 감옥행을 택하는 세상, 자기 포지션을 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던 그 옛날 동네 축구는 화려한 유니폼이 없어도 얼마나 멋진 우리들의 스포츠였던가.
자기의 자리에서 편법도 통하지 않고 정답도 없는 씨앗들이 비가 많이 오면 비 때문에, 날이 가물면 가뭄 때문에, 갈팡질팡하는 들판은 우리들의 동네 축구를 닮은 모양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비로소 등산은 시작된다고 한 영국의 등반가 머머리는 결과보다는 과정이라고 했었지. 
힘든 과정을 거쳐도 폭락하는 농산물 값을 어이하랴.
서울에서 온 새참을 먹으며 생각해본다.
잡초의 대명사 바랭이는 제쳐놓고라도 개망초, 쇠비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것들.
인간의 입장과 인간의 눈높이에서만 자의적으로 구분해 놓은 잡초가 얼마나 서러웠길래 발로 채이고, 낫으로 베이고, 괭이로 캐어도 더욱 싱싱하게 돋아나는 잡초.
하우스에서 고추를 따다가, 그늘 하나 없는 들판에서 양파를 캐다가, 감자를 캐다가, 마늘을 캐다가 온 사람들이 서울에서 온 새참을 먹는다. 잡초보다 더 강인한 고령의 농부가 정녕 어벤저스 히어로인가. 향기가 아무리 슬퍼도 울지 않는 낙동강 가의 하얀 찔레꽃이 바로 당신네들인 것을. 이벤트 행사를 위해 내려온 젊은이들에게 얼음을 띠운 콩국수를 만들어 새참이란 이름으로 이쪽에서 대접을 한다.
새참, 첨단을 달리고 초고속을 달리는 시대라지만, 덜어내고 비워내고 바쁜 틈새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명상의 시간이다.
이 땅의 농민들이여, 힘들면 새참을 먹고 허리를 펴고 하늘을 한 번 쳐다보면서 낙동강 강물보다 더 파랗게 살기를 바라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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