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이  석  락

 


매미 소리 듣고 방학을 시작하고
매미 소리 심하면 방학을 끝내던
국민학교쪹는 중학교보다 방학이 짧았고
중학교는 대학교보다 방학이 짧았다
장학금도 국비지원도 거의 없던 1960년대
대학생은 방학 동안 등록금을 벌어야 하니
방학이 길어도 괜찮지만
동네 부자인 아빠가 공납금을 내주는 중학생이쪹
보릿고개 겨우 넘은 국민학생보다 더위에 약한 것인지
한 달 넘게 방학인 중학생이 참 부러웠다
오늘 중복
한국 제일 항구 도시, 도심 매미 소리에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
곤충채집 숙제 때문에 감나무에 기어올라
매미는 놓치고 풀쐐미쪹에 쏘이기만 했고
새벽이면 밤새 떨어진 감을 주워 삭혀서 아귀처럼 먹었다
숙제를 내주던 학교는 문을 닫았고
베인 그 감나무는 그 여름 더위를 품고
내 가슴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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