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노(老) 여소장의 푸념 ⑦

 

 

 박 방 님 관리사무소장
광주시 서구 금호2차 진흥더루벤스

작가 이외수에게 혜민 스님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 묻자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아, 존버정신…그런데 선생님, 대체 존버정신이 뭐예요?”하고 묻자 “스님, 존버정신은 존나게 버티는 정신입니다”라고 이외수 씨가 답했다는 글이 생각나는 하루다.
직설적인 이외수 씨의 표현이나 우리 사회의 현실을 헤쳐 나가려면그 무엇보다 ‘존버정신’이 요구되는 경우가 허다한 게 사실이다.
특히 주택관리사란 직업은 더욱 그렇다. 말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입주민과 대화 시에도 일단은 말이 되는 말처럼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여 주는 일과 어떤 사안이 발생되면 그 어느 누구도 방패가 되어주지 않고 모든 책임은 관리사무소장에게 떠넘겨지는 상황에도 작가 이외수의 말처럼 ‘존나게 버티는, 존버정신’으로 고비를 넘겨가야 하는 인내와 지혜가 요구되는 직업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존버정신만으로 버틸 수도, 버텨서도 안된다.
누가 내게 68세란 나이에 이르도록 노(老) 여 소장을 하는 비법이 뭐냐고 물어온다면 매일 매일 첫 출근하는 날의 마음처럼 초심을 유지하려 노력해오며 업무에 임해 온 결과 일 거라고 답하고 싶다.
주변인들에게 우리집 가훈을 말하면 모두 웃어대지만 우스갯소리처럼 들리는 우리집 가훈 덕에 우리 가족 모두 무난하게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것 같다
우리 집 가훈!
①공부와 아부(德)는 평소에!
②인사와 사과는 빠르게!

이 나이에 이르도록 관리사무소장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거나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자식들에게  매번 강조하는 가훈을 부모로서 실천하려 노력한 덕에 이 나이에도 큰 마찰 없이 소장직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이웃 단지 소장이  동대표 임기가 만료되고 새 동대표 선거가 시작되자 기존에 해임됐던 몇몇 후보가 갑자기 타당치 않은 비상대책위를 결성하고 구청에 온갖 민원제기, 관리주체 동의 없이 게시판에 임의 공고문을 붙이고 가가호호 방문하는 등의 상황들이 벌어졌다고 한다.
게시판에 공고문을 수거하자 “관리사무소장을 교체할 것”이라고 큰소리로 질러대고, 관할 경찰이 왔다 갔다 하는 등 막장드라마처럼 혼탁해져 정상적인 이성으로는 버티기가 힘든 나날들이란 하소연을 해 이럴 땐 소장으로서 ‘원리원칙’과 ‘존버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니 고비를 잘 넘겨보라는 조언을 해보지만 얼마나 힘든 상황임은 충분히 미뤄 짐작하고도 남는다.
말이 쉽지 ‘존버정신’으로 버틴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우린 모두 동감할 것이다.
아무리 부정해도 ‘갑’이 아닌 ‘을’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그 어떤 위로도 이웃 단지 소장에게 별 도움도 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힘든 과정들이 나중에 거름이 된다는 말도, 맑은 날만 계속되면 고비사막처럼 인생도 사막이 되니 우리네 인생엔 태풍도, 비 오는 날도 있는 거라는 말도 그에게 위로가 되지 못할 것이기에 그저 ‘존나게 버텨보라’는 말 밖에 달리 뭐라 위로해주지 못했다.
오늘 34도를 넘는 폭염이니 주의하라는 국민안전처의 메시지가 수차례 뜬다. 이웃 단지 소장 가슴은 푹푹 찌다 못해 100도에 가까운 화기로 상처받고 있을 것 같아 동료 소장으로서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이 한마디는 꼭 해주고 싶다
“나도 예전에 그런 단지를 거쳤던 적이 있었다고…. 그런 곳을 거치며 터득하고 지내다 보면 좋은 단지도 찾아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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