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논단

 

 


하 성 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사적자치의 원칙은 대한민국 민법의 기본원리다. 사람은 누구나 모두 합리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개인의 활동에 있어서 국가가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자유에 맡겨 두면 사회는 조화롭게 된다는 생각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집합건물 관리의 문제점과 사적자치의 이념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집합건물은 관리적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현행 ‘집합건물법’은 오피스텔 및 주상복합과 같은 집합건물을 관리하는 관리인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보장하고 있지 않고, 회계장부 작성·관리에 대한 기준도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회계감사 의무대상 또한 규정하고 있지 않다.  현재 밝혀진 집합건물 관리의 공통적 문제점으로는 “불투명하고 과다한 관리비”, “관리비 정보공개시스템 부재” “회계서류보관과 회계감사의 부재”, “장기수선충당금 적립부재” 등이다.
이런 많은 문제점을 지닌 집합건물을 사적자치 원칙에 따라 정부는 집합건물의 관리 실태를 점검하거나 나타난 문제점을 시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택법에 적용되지 않는 집합건물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강길부 국회의원과 한국주택관리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 발제에서 나타난 집합건물 관리의 문제점은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집합건물의 관리시스템상 관리위원회가 핵심 관리주체다. 그런데 관리위원회에서 선출된 관리인이 위탁관리회사에서 파견된 관리사무소장을 감독하는 역할은커녕 관리인과 관리사무소장이 유착해 관리비를 횡령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유착관계의 원인은 집합건물에서 관리인의 선출과 구분소유자 및 세입자가 관리운영에 참여할 방법이 부재한 것과 연관이 된다. 한편 관리인이 관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어 관리위원회가 관리인을 감독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집합건물 관리·운영상 일어날 수 있는 분쟁에 대한 행정적 개입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관리인의 불투명한 관리비 운용과 관련해 분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주민들이 관리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도 오랜 세월을 요구하고, 가해자 처벌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이란 150가구 이상 공동주택 중 해당 공동주택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자를 두고 자치 의결기구를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하는 등 일정한 의무가 부과되는 공동주택을 말한다. 이에 반해 오피스텔 등 실질적으로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집합건물은 의무관리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경우 관리비를 공개하고 유사한 아파트 단지와 비교할 수 있는 정보공개행정 시스템이 마련됐다. 아울러 150가구 이상의 의무관리대상인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관리비 등의 징수, 보관, 예치, 집행 등 모든 거래행위에 관한 장부를 월별로 작성, 증빙서류와 함께 5년간 보관해야 한다. 또한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는 매년 1회 이상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오피스텔과 같은 집합건물은 회계자료보관 의무가 없기에 이를 폐기한다 해도 아무런 법적 제재도 받지 않는다.
집합건물의 관리를 현행 방식대로 방치한다면 사회적 비용의 증대는 물론 각종 비리와 전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생각해 보자. 첫째, 집합건물의 장수명화와 사회적 비용절감 및 입주자 안전을 위해 장기수선계획 및 장기수선충당금제도를 도입 실시해야 한다. 상가 집합건물 표준관리규약에는 수선공사를 위한 수선적립금을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표준관리규약 채택률이 매우 낮아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집합건물도 공동주택과 마찬가지로 관리시스템 구축의 한 영역으로서 관리비 등의 징수, 보관, 예치, 집행의무를 부과하고 회계감사제도를 고려해볼만 하다. 이를 통해 입주민의 알권리를 충족할 뿐만 아니라 투명한 공개제도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공동주택은 물론 집합건물은 전문적인 관리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전문가가 관리의 책임을 맡도록 해야 한다. 선진외국의 경우 집합건물 관리에 있어 전문관리사 제도가 정착된지 오래됐다. 한국의 경우 주택관리사 등 전문적 지식과 공신력을 갖춘 전문관리인이 관리를 맡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행 집합건물법의 부분적 개정에 국한하기보다 발전적 대안으로 주상복합, 대형상가, 오피스텔, 공동주택 등 유사한 대형집합건물 관리는 통합법을 제정해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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