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오 민 석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부가세 부과 여부는 10여 년간 뜨거운 감자였다. 일반관리비, 경비용역비, 청소용역비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문제는 여러 차례의 제도 변경이 있었고, 향후에도 상황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다. 관리비에 대한 부가세의 부과 여부는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여러 복잡한 쟁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여러 세제 혜택은 일몰기한이 도래해도 계속 연장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서민과 중산층이 주된 타깃이 되는 아파트 관리비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시세나 거래가액이 아닌 면적기준으로 부가세의 부과 여부를 나누는 것, 동일 단지 내에서 동일한 관리서비스를 제공받음에도 면적에 따라 부가세를 부과하는 것은 실질적 평등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고개가 끄떡여진다. 부가세는 위탁관리의 경우에만 부과되기 때문에 관리비 절감을 위해 자치관리가 늘어날 것이며, 이는 위탁관리를 활성화해 전문화된 공동주택 관리를 도모하려는 정책과 모순된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모 지역 입주자대표연합회는 공동주택 관리비의 부가세 부과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니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전국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대부분은 관리비에 대한 부가세 부과가 영구히 폐지되길 염원하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 상황과 별개로 일부 아파트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주체, 입주민들이 유념해야 할 사안이기에 이번 기회에 살펴보고자 한다.
모 위탁관리업체는 관리비에 대한 부가세가 면제 대상인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고 있었다. 위탁관리업체와 아파트 입대의가 체결한 도급관리계약서에서는 관리용역비 외에 ‘부가세는 별도’라고 기재돼 있었다. 이를 근거로 위탁관리업체는 관리용역비 외에 부가세까지 입대의로부터 지급받아왔다. 이 위탁관리업체는 과세관청에 4년 치의 부가세를 뒤늦게 일괄해 납부했다. 입대의는 부가세가 납부된 후 비로소 부가세가 면제된다는 사실을 위탁관리업체에 지적했고, 위탁관리업체는 그제야 부랴 부랴 부가세 경정청구를 했다. 과세관청으로부터 부가세와 이자는 환급받았으나 가산세는 결국 환급받지 못했다. 환급받지 못한 가산세로 인한 손해를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를 두고 입대의와 관리업체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했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위탁관리업체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므로 가산세 손실을 업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안은 그래도 문제가 덜한 편이다.
필자가 최근에 상담한 아파트는 청소용역비 부가세 면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부가세를 납부했고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도 도과했다. 이미 납부해버린 몇 년치의 부가세를 손실로 떠안을 수밖에 없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청소용역업체는 이미 도산해 없어졌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입주민들은 당시 부가세 지급을 결의한 입주자대표들과 이를 집행한 관리주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민원을 쏟아내고 있었다. 입주자대표들과 관리주체는 업무상 배임의 형사책임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까지 떠안을 위기에 몰린 것이다.
입주자대표들이나 관리주체가 입주민들의 의지를 모아 관리비에 대한 부가세 과세를 정책적으로 비판하고, 부가세 면제의 여론을 조성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관리비에 대한 부가세 과세가 일몰기한의 연장으로 간신히 연명돼 온 것도 입주자 단체나 주택관리업계, 언론에 크게 힘입은 것은 사실이다.
이와는 별개로 개별 공동주택에서는 부가세가 면제됨에도 부가세를 납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미 납부했다면 신속히 대응해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것인지 관심을 갖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 나가 새지 않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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