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수의 에세이


 

냄새는 향기를 포함하여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의 합집합이라고 한다.
어떠한 일을 알아차릴 수 있는 낌새나 어떤 일이 일어날 조짐, 음모나 비리 등 수상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냄새라고도 하지만, 직접적인 코를 통하지 않기에 여기서는 제외다.
냄새는 정서적 연상으로 감각적인 단서가 되고, 감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기억의 촉진제가 된다고 한다.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엄마 냄새를 잊을 수 없고 고향의 냄새를 잊을 수 없다. 생각이 냄새를 만드는 것일까. 아버지를 생각하면 아버지의 담배 냄새가 생각나고, 첫사랑을 생각하면 하얀 목덜미의 살 냄새가 생각난다.
냄새의 감각은 코지만 냄새의 지각은 마음에서라 했던가. 추운 겨울날 돼지국밥집 앞을 지나가면 목에 군침이 돌고, 호떡집 앞을 지나가면 목울대가 나도 모르게 그네를 탄다. 거리를 지나가면 통닭 냄새, 족발 냄새, 빵 굽는 냄새가 전신을 파고들어 냄새가 나를 황홀하게 만든다.
생물학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되는 성(性), 짝을 고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냄새, 운명 같은 사랑의 시작은 결국 냄새 때문이란다.
사랑의 점화는 특정한 냄새를 내뿜는 15분에 취해 와락 끌어당기는 바람에, 당신이 없으면 나는 살 이유가 없고 당신이 죽으면 나도 죽겠다는 사랑의 가장 큰 거짓말을 머뭇거리지도 않고 해댄다.
처음 그 남자의 냄새를 맡자마자 그이와 결혼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심리학 교수도 있고, 프로이드는 코가 성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신이 가능한 기간에는 짝을 찾기 때문에 여자의 후각이 남자의 후각보다 뛰어나다고도 한다.
욕망의 냄새, 관능의 냄새가 브루스효과를 만든다. 임신한 암컷 쥐가 낯선 수컷 쥐의 냄새를 맡을 때 새끼를 유산하는 행위를 브루스효과라 한다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냄새.
살을 비벼대던 아기 냄새가 좋아 어른이 되어도 영원한 아기인 내 자식들.
어머니 가신지 오래 되어도 김장철이 되면 온갖 양념 버무려 배추를 치대던 어머니 냄새. 팝콘을 서로의 입에다 넣어주며 영화보다 더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이 뛰던 시네마스코프극장 냄새.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말한다.
심금을 울리는 데는 모습이나 소리보다 냄새가 제격이라고.
저 진수성찬의 갖가지 음식들도 냄새가 없으면 무슨 맛이 있으랴.
여름밤 섹스의 그 아름답고 찬란한 절정도 흥건한 땀 냄새가 없으면 어찌 사랑을 논할 수 있으랴.
여름 숲에 들면 냄새가 참 좋다.
정신건강, 신체건강은 냄새가 좌우한단다.
후각을 상실하면 우울증이 오고 정서장애가 오고 기억도 희미해져간단다.
냄새를 상실하면 식욕도 없고, 성욕도 없고, 모든 욕망의 감각을 잃어버려 매사에 의욕이 없단다.
악취가 나고 역한 것도 있고, 불쾌한 것도 있고 고약한 것도 있는 게 냄새지만, 하수도 냄새를 제거하면 상수도 냄새가 난다.
각양의 냄새가 조화를 이루면 아름다운 선율이 된다.
강렬한 욕구가 갈망이라고 한다.
갈망의 근원적 뿌리는 성욕과 음식이라고 한다.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향기와 냄새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성과 음식.
냄새와 미각을 합하면 향미(香味)가 된다.
자비로운 마음 풍요로운 세상은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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